[문권배교수의행복찾는수학] 아킬레스는 정말 거북에게 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많은 사람들이 역설의 진위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역설(逆說·패러독스)은 논리적으로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와 어긋나는 주장을 말한다.

유명한 역설로 기원전 3세기께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주장한 전설적 영웅인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에 관한 것이 있다. 거북이가 아킬레스보다 100m 앞서 있는 상황에서 아킬레스가 1초에 10m, 거북이는 1초에 10cm씩 전진한다고 치자. 아킬레스가 100m를 따라잡으면 그 사이에 거북이는 100cm 더 가 있고, 아킬레스가 그 1m를 따라잡으면 거북이는 1cm를 더 앞서게 된다. 또 1cm 따라가면 거북이는 0.1mm 앞서 있게 된다. 이런 상황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거짓이다.

 이 역설은 단계적인 시행이 무한 번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바른 판단을 위해 단계별로 흘러간 시간을 합해보자. 총 시간은 초를 단위로 할 때 10+0.1+0.001+0.00001+---이며 이런 형태를 무한급수라고 한다. 초항이 a=10, 공비가 r=0.01인 무한등비급수로 고등학교 수학Ⅰ에서 다루고 있다. 그 값은 a/(1-r)로, 약 10.101초가 된다. 이는 출발해서 10.11초라는 시간이 지나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추월하게 된다는 뜻이다.

 다른 예로, 1월 16일 정오부터 2008년 연말을 향해 남은 시간의 앞 쪽 반을 취하고, 또 나머지 남은 시간의 앞쪽 반을 취하는 작업을 무한 번 계속할 수 있으니 2009년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연말까지 남은 시간의 절반씩을 끝없이 더하는 것은 초항이 a=4206시간이고 공비가 0.5인 무한등비급수다. 그 값은 공식에 의해 4266/(1-0.5)=8412시간이다. 즉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2009년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역설에 대한 바른 해석을 위해선 훌륭한 관점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제논의 역설에서 보듯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을 시간 개념으로 바꾸고, 수학의 무한등비급수를 이용해 유한의 값을 얻어 잘못된 논리를 치료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한 개념을 만나면 분별력을 잃고 만다.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변수가 거의 유한개이므로 무한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해서다. 수학을 통해 낯선 무한에 관계되는 개념을 익히자. 예컨대 무한등비급수에서 공비의 절대값이 1보다 작으면 그 값이 a/(1-r)로 무한의 굴레에서 유한의 세계로 빠져나올 수 있다. 또 수학은 자연수, 유리수, 실수처럼 무한집합을 사고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지식을 무한세계로 넓혀나갈 수 있다.

 이 사회에도 핵심에서 벗어난 논리로 미래에 부담을 주는 역설 같은 궤변들이 있다. 잘못된 논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국민 각자가 훌륭한 관점과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역설을 치료하는 수학을 통해 바른 판단력을 키워보자.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