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집무실까지 … 상상도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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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삼성은 압수수색이 이같이 전격적이고 강도 높게 이뤄지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이학수(부회장) 전략기획실장은 전략기획실 소속 팀장급 경영진과 이날 오전 대책회의를 했지만 상황 파악에 그쳤다고 한다.

삼성은 특히 특검 수사가 서울 태평로 삼성 본사와 여타 계열사, 주요 경영진으로 확대될 경우 그룹 경영이 마비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승지원은 물론 주요 경영진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특검이 해당 경영진에 대해 소환 조사 등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치겠다는 뜻”이라며 “가뜩이나 비자금 파문 이후 파행을 겪어 온 그룹 경영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파문 이후 삼성은 올해 경영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고 해마다 1월 중순에 이뤄지던 사장단 인사도 미뤄 놓고 있다. 승지원은 원래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자택이다. 현재는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 겸 국내외 주요 손님을 맞을 때 쓰는 그룹 영빈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수시로 그룹 사장단을 불러 이곳에서 회의를 주재하기도 한다.

1987년 이 전 회장이 타계한 뒤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받자’는 의미로 승지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대지 990㎡(약 300평), 건평 330㎡(약 100평) 규모로 두 동의 건물이 있다. 이 중 1층짜리 한옥은 이 회장의 집무실 겸 그룹 영빈관으로 쓰인다.

또 다른 부속 건물(양옥)에는 상주 직원의 사무실과 식당이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서울 태평로 그룹 본사 28층의 집무실 대신 한남동 자택과 가까운 승지원에서 주로 집무를 보면서 경영 구상을 하고 각종 지시를 내린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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