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는 100% 민자사업 … 정부 스케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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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미 정부 예산이 확정됐고, 4월에 총선이 있고 2월에 (제가) 취임하기에 새 정부가 올 경제운용을 100% 관장하기 힘듭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분야 답변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러면서 “7% 성장은 올해 당장 달성할 수 없으나 6%까지는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 내내 약속했던 7% 성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현실적으로’ 낮춘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이미 짜놓은 경제운용 틀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고, 올해는 10개월만 재임한다는 한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제약조건을 명백히 해 놓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면모를 드러낸 셈이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인하, 수도권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해서도 경제 현실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용주의자답게 숫자나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차근차근 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100%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국민적 동의를 중요시한다”고 답해 측근들이 밝혀온 강행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이 당선인은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규제 일몰제와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경제 분야 일문일답.

 -공약한 7% 성장을 어떻게 달성할지 궁금하다.

 “성장률 7%는 임기로는 5년, 길게는 10년 경제계획을 중심으로 해서 내놓은 비전이다. 올해 6%까지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규제를 없애고, 기업들이 보다 새롭게 변화된 기업환경에서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일자리를 더 창출하고, 성장률도 더 높일 수 있다. 기업가들에게 부탁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해 달라. 정부는 투자 여건을 만들어 드리겠다. 다만 물가를 어떻게 잡을까 고민 중이다. 올해 물가를 3.5% 정도로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들썩인다.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 인하는.

 “아직 집값이 들썩거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택 거래가 너무 부진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집값은 너무 비싸다. 지금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값을 안정시키면서, 투기도 잠재우는 정책으로 간다. 양도세를 대폭 줄이는 것을 검토해 2월 국회에서 가능하면 처리한다. 취득세와 등록세는 지방세다. 이것이 줄어들면 지자체의 재정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앞으로 시·도지사 회의에서 토론해 볼 계획이다. 지방에 미분양 주택이 많다. 지방의 투기과열지구는 풀어나갈 생각이다.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 추이를 봐가며 올 하반기에 (인하 방안을) 검토하겠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은 기업 투자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방 경제여건을 수도권보다 훨씬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지방에 투자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다. 새 정부는 당장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는 게 아니다. 지방여건 개선을 짧은 시간 내에 가시화하겠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민주국가에는 중요한 사업에 반대가 있을 수 있다. 운하 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 정부가 예산으로 하지 않는다. 대운하는 100% 민자 사업이다. 민간 사업이기에 정부에 스케줄이 없다. 당장 하겠단 사람이 나올지 없을지, 2~3년 후에 나올지 모른다. 하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완벽하게 만들어 해나가는 것이다. 인수위는 기초적 측면에서 검토할 뿐이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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