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賃좇는 자본이탈 선진국에 害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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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다보스(스위스)=朴長羲특파원]성장을 넘어선 도전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경제질서모색을 위한 국제경제포럼인 다보스회의가 막을내렸다.현존하는 세계경제계의 지도자들과 경제학 스타들이 총출동해서 벌인 이번 회의의 백미(白眉)는 개막 둘째날 인 27일 열린 70여개의 분과위원회중 무역과 실업의 관계를 다룬「무역.
고용 그리고 임금」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였다.
「저임금을 찾아 자본이 움직일경우 선진국은 대규모 실업사태를겪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한 이 토론회는 주제뿐 아니라 평소 라이벌 관계인 스탠퍼드大 폴 크루그만과하버드大 제프리 삭스가 토론자로 나서 관심을 모았다.이들의 토론은 가위 세계경제학계「별들의 전쟁」이었다.
토론은 유명한 독설가이자「경제학계의 악동」「유능한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크루그만 교수의 발언으로 시작됐다.『北美자유무역협정의 발효로 일부 산업이 개발도상국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릴수 있다고 생각하는 로스 페로류의 젖내나는 믿음이 여 전히 설득력을 잃지않고 있어 한심하다.』 지난해『국가 경제력이라는 개념은한마디로 클린턴정부의 엉터리 경제학이 낳은 난센스』라고 일축,논란을 일으킨바 있었던 크루그만은 저임금 국가가 고임금국가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주장은 믿을만한 증거를 댈수 없는 헛소리라고 단언했 다.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경쟁을 제로 섬 게임으로 파악하는 통념이 진정한 위험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 〈관계기사 28面〉 다음 발언자로 나선 삭스는『후진국으로 대규모 자본이동이 이뤄질 경우 선진국의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있다』고 주장,크루그만과 이견(異見)을 나타냈다.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크루그만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 혔다.
『최근 10년동안 제조업이 미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에서 15%내로 줄어들었지만 제3국으로 이전된 제조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미국의 실업률은 감소추세에 접어들고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복지수준은 오히려 높아졌다 고 할수 있다.』 80분간의 토론을 통해 도출된 것은『무역과 고용의 상관관계는 0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상호관계가 전무(全無)한 것도 아니다』는 다분히 상식수준의 결론.인상적이었던 것은 토론회 끝무렵 인도출신의 기업가가 던진 질문이었다.
『제조업이 저임금 국가로 이동하면 미국의 노동자가 피해를 본다지만 이는 자본주의 원칙의 당연한 귀결 아닌가.』 그의 질문은 도대체 누가 부자나라에서 왔고 누가 가난한 나라 출신인지를순간적으로 분간하기 어렵게 만드는 말이었다.그러나 동시에「각 분야 지도자급」 이라는 다보스 회의의 참가자들과 회의 성격의 단면을 잘 드러내주는 발언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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