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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順11人 나라사랑회 고아원에 선물들고와 자원봉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평양아저씨들이 또 왔다.』 설날인 지난달 31일 낮.서울노원구상계동「양지동산가족」(원장 韓종임).고아 50여명은 선물보따리를 한아름 안고 고아원을 들어서는 김남준(金南俊.32.89년월남)씨등 귀순자 봉사대원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와어깨에 매달리는 등 반갑게 맞는다.
평양아저씨 金씨가『몇달새 꽤 컸네』라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자 金지성(9)군등 원생들은『아저씨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며 세배를 받으라고 졸라댄다.총각이라 세배를 받을 수 없다느니,있다느니 한바탕 승강이속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들이 봉사대를 조직,이곳을 찾게 된 것은 외국어대에 편입해다니던 한진우(韓鎭宇.27.90년7월 모스크바大 유학중 귀순)씨가 대학서클활동중 이곳을 방문한뒤부터.
『91년 크리스마스때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때 서울에도 이렇게소외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한겨울인데도 방안에 불기라곤 전혀 없고 아이들이 활기마저 없어 보여 북한에 두고온 형제들이 떠올랐어요.』 韓씨는 외국어대를 졸업한뒤 함께 활동하던 대학서클 친구들이 봉사활동에서 멀어지자 고아원방문을 계속하기 위해 가깝게 지내던 귀순자들에게 이곳의 어려운 사정을설명했다.
韓씨 소개로 이곳을 한두번 찾아온 金씨등 귀순자들은 방문횟수가 늘어가며『아예 모임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해나가자』는데 뜻을 모았다.최근 4~5년 이내에 귀순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이들 4명이 지난해 10월 귀순 자 자원봉사모임인「나라사랑회」를 만들었고 귀순자들 사이에 이 소문이 알려지며 모임에 참가하는 귀순자들도 점차 늘어났다.지금은 회원수만11명. 임영선(林永宣.32.93년귀순)씨는『어려울 때 도움이얼마나 필요하다는 것은 서울에 온뒤 부터 절감했다』며『우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적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너무 기쁘다』고 참가동기를 설명했다.
회원수가 늘어나자 봉사활동 기금모금을 위해 지난달 14일 동작구대방동 보라매공원에서「아바이 순대」를 북한식으로 직접 만든「북한전통음식 한마당」을 차려 모금사업도 벌였다.
93년 10월 귀순한 모임의 막내 김광욱(金光旭.27)씨는『서울에 온뒤 먹을 것,입을 것 걱정은 하지 않게 됐지만 음식을볼때마다 북한에 두고온 형제가 생각난다』며『꼭 북한의 형제가 아니더라도 이 강토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자는 뜻에서 28일 새회원이 됐다』고 말했다.
회장 金씨는『국민들중 일부는 귀순자들이 정부의 커다란 혜택으로 호의호식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올해부터는 정착금 4백만~5백만원과 6~7평 임대아파트 제공이 정부혜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金회장은 따라서『기금이 어느정도 조성되면 앞으로의 귀순자들 정착에 적지만 도움을 주려는 것도 모임의 또다른 취지』라고 설명했다. 〈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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