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새 판짜기 長考 돌입-YS 설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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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8일오전 청와대를 떠나 지방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한 뒤 2월1일 귀경한다.
민자당의 전당대회가 2월7일로 눈앞에 다가와있고 김종필(金鍾泌)민자당 前대표의 탈당임박설로 정국이 어수선한 시점이어서 金대통령의 연휴 정국구상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金대통령은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민자당 지구당위원장 초청 만찬석상에서 金前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金대통령이 金前대표의 거취에 대해 함구한 것을 놓고 『이미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피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런 정치권의 변화조짐에 따라 金대통령의 연휴구상은 국정운영방안보다는 정치권의 새로운 판짜기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金대통령의 침묵은 할 말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탈출구를 모색하는「태풍전야의 고요」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金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휴가나 연휴를 보내면서 국정과 정국운영의 큰 줄기를 구상하거나 깜짝 놀랄 조치를 내놓곤했다. 93년 여름휴가를 갔다온 직후 금융실명제를 발표했고 지난해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를 청남대에서 보내면서 대형사건.사고로얼룩진 정국의 돌파방안을 구상했다.11월 호주의 시드니에서「세계화 장기구상」을 발표하면서 연말을 세계화의 회오리로 휘감았다.정부조직 개편이나 개각의 큰 틀도 이때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金前대표의 탈당 후유증이 상당부분 정치권 전반에 영향을미칠 것을 알면서도 그냥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전당대회가 끝나면 단행될 당직 개편의 방향과 인선은 물론 6월의 지방자치선거에 대비한 장기적인 카드까지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스스로를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행정부의 최고 책임자라는 인식보다는 40여년의 정치생활을 통해 익힌 특유의 정치감각으로 국정전반을 이끌어 간다는 사고에 젖어있다.
당연히 금융실명제나 정부조직 개편과 같은 초대형 정책카드도 金대통령은 정치와 연결시킨다.따라서 전혀 예측하지 못할 획기적인 조치를 적정 시점에 내놓을 수도 있다.
***깜짝조치 관심 金대통령은 또 金前대표의 탈당으로 인한 충청권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있다.아직 지방자치선거까지 5개월이 남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金대통령은 취임후 설 연휴에는 손명순(孫命順)여사및 가족들과함께 고향인 거제도로 내려가 부친 김홍조(金洪祚)옹에게 세배하고 조부모와 모친의 묘소에 성묘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친이 26일 서울로 올라와 28일 내려가는것으로 대신했다.설날 공무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란게 청와대측의 설명이지만 나름의 구상을 위해 조용한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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