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遺族등록에 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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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고법의 애국지사유족 번복판결은 정부의 상훈(賞勳)심사와 사후관리에 큰 허점이 있음을 드러내 파문이 커지고 있다.독립유공자 선정을 둘러싸고 그동안 간간이 문제가 지적돼 왔으나 재판을 통해 유족이 뒤바뀌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훈처에 따르면 현행 제도상 이번같은 서류위조의 경우 이를 현실적으로 가려내기 어렵다.
일단 독립유공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유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포상신청서와 선친의 독립운동 증빙서류를 보훈처에 제출해야 한다. 유족에 의해 서류가 제출되면 보훈처는 사학(史學)계 교수,정신문화연구원.독립기념관.광복회.국사편찬위원회의 연구원등으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위원장 보훈처차장)의 1,2,3소위원회및 합동위원회의에서 서류를 정밀히 심사한뒤 다시 북한 문제전문가 등에 의한 신원조회(좌익계 배제)를 거쳐 최종 추천대상자를 총무처로 넘긴다.
총무처는 이를 국무회의에 부쳐 의결을 거치게 한뒤 마지막으로대통령의 재가를 통해 독립유공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러한 독립유공자선정방법은 수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하게 되므로 비교적 엄격하다.일부 선정잘못 지적이 있었지만 큰 말썽은 없었다. 그러나 유공자선정후 유족등록은 뜻밖에 허술하다.현행제도는 유족이 총무처의 상훈기록부 사본과 호적서류만 제출하면 된다.보훈처는 유족이 낸 서류를 토대로 형식적인 심사를 해 유족으로 등록시켜 보훈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설사 서류가 위 조되었다하더라도 이를 가려낼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보훈처관계자는『보훈처는 유족등록서류의 하자여부만 파악할 뿐 서류상으로 문제점이 없다면 유족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예컨대 위조된 호적이라도 일단 공공기관에서 발급된 것이라면 보훈처는 이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보훈처는『이번 사건은 매우 드문 경우이고 공공행정기관의 공적인 서류를 의심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유족등록은 가문의 명예는 물론 연금이 지급되는 실익이 따르는만큼 보다 엄격한유족등록심사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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