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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새 도래지가 바뀐다-서해안 淡水湖로 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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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겨울철새 도래지가 바뀌고 있다.
한때 국내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였던 낙동강 하구 을숙도와 주남저수지가 수질오염이 심해지고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이곳을 찾는 철새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반면 천수만.금강하구등 서해안의 담수호가 새로운 도래지로 떠오르고 있다.그러나 개발과 오염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어 보호대책이 시급하다.
이같은 사실은 이달 중순 이루어진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소장元炳晤명예교수)를 비롯한 각 지역 조류학자들의 조사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관계기사 5面〉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매년 5만마리 이상 겨울 철새가 찾던 낙동강 하구 을숙도는 87년 하구둑 건설이후 오염이 가속화돼 90년대 들어서는 1만~2만마리 수준을 넘지 못하고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또 경남창원군동면 주남저수지도 6만7천여마리가 날아왔던 91년을 고비로 최근 1만마리 이하로 줄었다.민물고기를 잡는 어선들이 늘고 철새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도 큰 원인이다.
이처럼 안락한 휴식처를 잃은 겨울철새들은 최근 몇년동안 한강과 서해안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충남태안군 천수만은 92년 5만5천마리,93년 9만마리로 늘어나던 겨울 철새 숫자가 올 겨울에도 7만여마리가 찾아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자리잡았다.
금강하구둑도 90년 이후 매년 1만여마리가 찾고 있고 올해도1만9천여 마리가 찾아들어 안정적인 도래지로 등장했다.
80년대 중반 철새가 거의 사라졌던 한강도 90년대 들어 꾸준히 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만7천여마리의 겨울철새가 찾아들었다.이밖에도 아산만.삽교호.강화도등 서해안 지역이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도 개발과정에서 잠시 주어진 환경에 불과해 전문가들은 이곳도 낙동강 하구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서해안 지역이 새로운 도래지로 각광받는 것에 대해 元교수는『철새들이 갈 곳이 없어 한정된 지역에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元교수는 또 『서해안 담수호가 인공환경이지만 과학적인조사에 바탕을 둔 철저한 관리와 보호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세계 각국은 70년대 초부터 「물새 서식지인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조약」을 채택했고 1백65개국이 가입해국제적으로 중요한 서식지를 보호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자연생태보전지구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마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야생 동식물 보호를 맡고있는 산림청에서는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새로운철새 도래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나 실질적인 보호를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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