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사이클연맹회장 씁쓸한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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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5일 대한사이클연맹의 정기총회가 열린 타워호텔 1층 대회의실. 김우년(金禹年)연맹회장은 서두에 회의를 진행하다말고 느닷없이 사의를 표명,회의장안은 삽시간에 냉기로 썰렁해졌다.
金회장의 표면상 사퇴이유는 『보다 성실하게 사이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총회는 지난해 결산 및 사업보고와 내년도 편성예산에 대한 처리문제를 뒤로 미룬채 대의원들이 곧바로 선임한 임시회장을 주축으로 5인 전형위원회가 앞으로 한달내에 새 회장을 추대하겠다는 안건만을 가결시키고 싱겁게 끝나버렸다 .이날 총회는 「능력없는」(?)金회장의 자진사퇴를 내심 반기는 눈치가 역력했다.그 이유는 金회장의 출연금이 적은데다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임 민경중(閔庚重)회장은 10년동안 매년 3억원씩 출연한 것에 비해 金회장의 경우 당초 보조하기로 한 1억5천만원의 출연금중 현재까지 5천만원만 출연했고 더구나 협회가 적립해놓은 선수육성기금에서 히로시마 대표훈련비등 명목으로 1 억원을 빌려쓴 탓에 5천만원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시.도연맹에 매달 22만원씩 지원하던 사업보조비도 지난해 4월부터 끊겨 불만이 누적돼 왔다.
1억원내는 회장보다는 2억원내는 회장이 더 좋고,2억원보다는10억원 내는 회장이 더 환영받는게 경기단체의 현실이라는 점을이번 총회를 통해 다시한번 상기시켜 준 셈이다.후배들의 외면속에 자진사퇴한 金회장은 5천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겠다는 말을남긴 채 쓸쓸히 자리를 떴다.사업수행능력이 없는 회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더라도 3년간의 잔여임기중 1년도 못채우고 물러나게 한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았다.좀 더 시간을 둔 후 시시비비를 가렸어야 했다는 시각도 있다.경기인 출신의 金회장은 축구나레슬링등 그룹회장들과는 달리 몸소 이곳저곳을 뛰 어야하는 중소기업인이다.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국고나 체육회.체육진흥공단의 보조금만으로 협회살림을 꾸려나갈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제2의 金회장」은 앞으로 속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원로체육인들의 한결같은지적이다.
鄭太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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