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분양가 올려놓고 미분양 걱정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아파트 시장이 지난해부터 침체 조짐을 보여 현재 미분양 물량이 10만 가구에 육박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그 원인은 전매 제한, 분양가 상한제,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탓하기에 앞서 달라진 시장 상황을 외면한 채 분양가를 높게만 잡은 것도 원인의 하나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8, 10월 관심을 끌었다가 미분양으로 고전한 남양주 진접 지구와 양주·고읍 지구다. 두 곳은 중소형 750만원대, 중대형 850만원대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3.3㎡당 600만원대인 주변 시세보다 높다.

지난해 말 분양한 김포 걸포 지구의 경우 청약에서 일부만 1순위에서 마감되었을 뿐 대부분 미달됐다. 중대형의 경우 분양가가 3.3㎡당 1150만~1500만원대로 인근 김포지역의 796만원보다 420만원 정도 비싸고, 올해 6월 분양 예정인 김포 양촌 신도시의 800만~1000만원보다 훨씬 비싸 ‘배짱 분양’이라고 비난받았다.

반대로 분양가가 다소 높더라도 입지가 좋거나 투자 가치가 있는 용인 상현동, 송도 신도시 등은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과거와 달리 입지 여건, 투자 가치, 가격 등을 감안한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업자들도 분양가 산정 시 주변 시세보다 무조건 높게 책정하던 관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파트 분양 시장은 사업 규모가 크고, 위험도 크기 때문에 한 번의 분양 실패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사업자들은 달라진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가 미분양으로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상황에 맞는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 생존 전략은 수요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저렴한 분양가 책정일 것이다.

최현일(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