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신문 사설 읽으면 뇌가 젊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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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는 반세기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장수 시대를 살고 있다. 불치병을 완치병, 혹은 난치병으로 탈바꿈시킨 현대의학 덕분이다. 오래 사는 일은 축복이다. 하지만 걱정도 뒤따른다. 중년기부터 잦아지는 우울감은 삶의 활력을 앗아가고, 쇠잔해지는 기억력은 노년의 세월을 불안하게 한다. 건강장수의 초석이 되는 정신 건강. 어떻게 하면 청년기의 총명하고, 활기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1] 뇌를 트레이닝하자

 미국 버클리대의 한 교수는 뇌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의 쥐에겐 장난감을 넣어 주고 마음대로 놀게 한 반면 다른 그룹은 제한된 공간에서 답답하게 살게 만든 것. 결과는 판이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논 쥐 그룹의 뇌 무게가 10%쯤 증가한 것이다. 이는 뇌 역시 신체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하면 할수록 기능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은 태어날 때 140억 개의 뇌신경 세포를 보유한다. 이러한 뇌세포는 20세부터 매일 10만 개씩 줄어 뇌의 노화가 진행되는 것.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뇌 트레이닝이다. 뇌 운동을 하면 정보를 전달해 주는 뇌신경 회로가 튼튼해지고,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증가된다. 이러한 뇌의 변화가 뇌세포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다.

[2] 전두엽을 자극하자

 이마 쪽에 위치한 전두엽은 기억·사고·판단을 하는 일종의 종합상황실이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이 부위가 발달해 있다. 어떤 상황에 부닥치면 전두엽이라는 기억 창고에서 정보를 빼내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 목적을 수행하도록 지시한다. 따라서 뇌가 늙는다는 것은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저장된 기억이 혀끝에서만 맴돌고,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전두엽을 단련하려면 복잡한 계산이나 논리 문제를 풀기보다 초등학교 수준의 간단한 산수문제가 훨씬 효과적이다. 복잡한 문제를 풀 때는 뇌의 특정 부분이 동원되지만 덧셈·뺄셈 등 간단한 문제엔 전두엽 전체가 활용되기 때문.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 건강해질 수 있듯 간단한 뇌활동을 지속하면 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3] 정보 수집을 부지런히 하자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다. 세상 물정과 정보를 제때, 제대로 취득할 수 있어야 위축되지 않는다. 정보가 어두울 땐 자신이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며, 왠지 모를 불안감과 고독감, 자신감이 상실된다. 반면 젊은 사람 못지않게 시사에 능통하고 정보가 많다 보면 마음이 넉넉해지면서 자신감도 생겨 삶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특히 정보 수집을 위해 끊임없이 문자와 접촉하는 과정은 노년기 정신건강의 최대 적인 치매 예방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따라서 하루 한두 시간은 세상 물정을 알 수 있는 신문· 방송·책 등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신문 사설은 뇌과학자들이 추천하는 뇌 트레이닝법이다. 사설을 읽고 요약·비평을 하면 기억·논리·분석력이 동시에 좋아진다. 사설을 읽을 때는 소리 내서 읽고, 비평을 쓸 때는 꼭 손으로 써보는 것이 뇌력을 증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4] 다양한 친구를 만들자

 남과의 교류, 즉 좋은 친구관계를 형성하면 정신 건강이 밝고 성숙해진다. 이를 위해선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교류하는 게 좋다. 자기 나름의 수준에 맞는 사람하고만 어울리면 자칫 사회로부터 고립당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과 만나 대화를 하면 전두엽이 자극을 받아 뇌가 건강해진다.

 자식에 대한 집착과 지나친 기대도 노후의 정신건강을 해칠 위험이 크다. 또 자녀와의 병적인 유대는 자녀의 사소한 일상이나 태도까지 전달되면서 정신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 자연 우울증·불안감·초조감 등의 위험성이 따른다. 따라서 성인이 된 자녀로부터 독립해 부부만의 인생을 꾸려야 한다. 만일 독립한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하려 들더라도 과감히 거리를 둬야 한다. 내 정신건강뿐 아니라 자녀 자체의 독립성과 미래를 위해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대병원 정신과 조맹제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이동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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