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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斷罪보다 재발방지 총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일본정부가 이번 지진을 계기로 고속도로와 철도.건물 등에 대한 내진(耐震)설계기준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절대 안전하다고 믿었던 고속도로와 신칸센(新幹線)의 「안전신화」가 이번 지진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美 로스엔젤레스 지진 때 고속도로 교각이 무너진 것을보고 일본은 『일본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자만했었다.당시 현장에 파견된 건설성조사단은 『교각이 너무 가늘고 철근이 적은 등 구조적인 결함이 원인』이라며 일본의 고속도로는 절대안전하다고 주장했었다.
신칸센도 지진이 일어날 경우 열차가 즉각 자동적으로 서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신칸센은 지진조기경보 시스템이장치돼 지진이 나면 1초후에 자동적으로 전기가 끊어지면서 브레이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그렇지만 시속 2백30 ㎞라는 신칸센의 속도를 감안하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하더라도 3㎞는 달려야설 수 있다.
따라서 신칸센이 안전하다는 것은 선로에 이상이 없을 경우에 한한다.하지만 이번 지진에서 9곳의 고가교가 낙하해 선로의 내진설계에도 이상이 있음이 드러났다.
결국 이번 지진으로 「지진에도 절대안전」이라는 신화는 허구임이 밝혀졌다.매그니튜드 7.9의 관동(關東)대지진이 다시 나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던 고속도로와 신칸센이 매그니튜드7.2에 무참히 붕괴되고 말았다.이번 지진이 내 진설계기준을 넘어선 것이거나 부실공사 둘중의 하나가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언론이나 관계전문가들로부터 행정당국이나 시공업자를 단죄하라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당국과 관계전문가들은『판단이 너무 안이했다』는 반성과 함께 근본원인을 차분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여론도 어떻게 하면 재발을 방지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물론 천재지변과 인재(人災)라는 차이는 있지만 성수(聖水)대교 붕괴당시 우리가 보인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사고가 나면 냄비 끓 듯 법석을 떨고 또 몇 명 잡아 넣어야 직성이 풀리지만 곧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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