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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올해 호주제 폐지를 통해 본 ‘대한민국 가족 자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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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싱글 맘'' ''싱글 대디''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싱글 맘 스토리''의 저자인 신현림 시인이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1월부터 호적제가 폐지되고 이를 대체할 가족관계등록부(가족부)가 신설됐다. (본지 2007년 12월 28일자 14면) 호적제는 호주(戶主)를 중심으로 가족 관계를 나타냈다. 반면 가족부는 가족 구성원 개인을 기준으로 가족 관계를 표시한다. 모든 국민이 1인(人) 1적(籍)을 갖게 되는 셈이다.

 가족부 도입 배경은 헌법재판소가 2005년 2월 호적제를 규정하는 민법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 평등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위헌 판결을 내린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존 호적제가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 가족 내 남녀 평등을 해친다는 주장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인 것이다.

 호적제를 관할하던 대법원은 이 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2006년 6월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이 법은 양자(養子)를 법률상 차별 없는 자녀로 인정하고 부부 합의에 따라 자녀가 어머니의 성(姓)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존 가족 관계를 뛰어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족부 신설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알아보고, 가족 형태가 바뀌는 이유 등을 살펴본다.

 ◆‘확대 가족’과 ‘핵가족’=가족은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집단의 역할을 한다. 가족 형태는 사회구조에 따라 변해 왔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 형태는 부모가 결혼한 자녀와 함께 사는 ‘확대 가족’이다. 자연히 ‘가부장(家父長)’의 발언권이 강했다. 가풍(家風)은 다음 세대로 자연스레 전수되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 데다 구성원의 개성과 창의성이 무시되기도 했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족 형태도 달라졌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대도시에 인구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족 구성원 수가 줄면서 부모와 미혼 자녀가 함께 사는 ‘핵가족’ 형태가 일반화했다. 핵가족제에서 부부는 가족의 중심이 된다.

 ◆정보화 사회의 가족 형태=1990년대 후반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족 형태도 바뀌고 있다. 1인 가구나 2인 가족이 늘어나는 등 핵가족이 더 분열돼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 수가 부쩍 줄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5년 전체 1598만8000가구 중 1인 가구는 317만1000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20%나 됐다. 구성원이 두 명인 가구도 352만1000가구로 22.2%에 달했다. 구성원이 두 명 이하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절반을 약간 밑도는 셈이다.

‘싱글 맘’ ‘싱글 대디’ 등 한부모(편부모) 가족이나 조부모·손자·손녀로 구성되는 조손(祖孫) 가족도 늘었다. 부모 중 한 명과 자녀로 구성된 가구, 부모 없이 조부모와 손자녀가 사는 가구는 2000년도에 비해 각각 20% 이상 늘었다.

◆가족 형태 왜 달라지나=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현대인들의 행복 추구 욕구가 커짐에 따라 가족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싱글 맘과 같은 한부모 가족도 우리 사회가 껴안아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가족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게 되고 자아실현 욕구가 강해지면서 조혼(早婚) 기피 현상이 생긴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 없이 자유롭고 풍요한 삶을 누리길 원하는 부부도 등장했다.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 : 무자녀 맞벌이 부부)이나 통크족(TONK·Two Only No Kids : 무자녀 노인 부부)이 그 예다.

 ◆가족 기능 어떻게 되살릴까=가족 형태가 다양해져도 가족은 여전히 사회를 이루는 기초 집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 수가 줄고 가족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존립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 결속력을 다질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이 ‘가족 친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가사 지원이나 노인 부양을 위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탄력적인 근무 시간제를 도입하거나 다양한 복지 지원을 통해 직장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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