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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대선 ‘장미혁명’ 사카슈빌리 재선 유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4년 전 ‘장미혁명’으로 집권했던 미하일 사카슈빌리(40) 전 그루지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된다고 로이터와 dpa통신이 보도했다. 전체 3501개 투표소 가운데 10%인 약 350곳의 투표함이 개표된 결과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이 57.15%를 득표했다. 야당 연합 후보인 레반 가체칠라드제(44)는 24.4%를 얻었다. 사카슈빌리는 이번 출마를 위해 지난해 11월 대통령직에서 사임했다.

출구조사에서도 사카슈빌리는 53.8%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사카슈빌리는 “그루지야를 위한 또 한번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야당 측은 사카슈빌리 측이 부정 선거를 했다며 항의집회를 열기로 해 정국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는 흑해 연안의 소국인 그루지야가 어디로 갈지에 큰 관심을 가져 왔다. 작지만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루지야는 옛 소련의 붕괴로 1991년 독립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그루지야는 러시아 영토를 거치지 않고 카스피해 지역 에너지를 서방으로 수송하는 통로다. 러시아에도 그루지야는 지정학적 요충지대다.

그루지야의 ‘장미혁명’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시민들은 총선에서 부정을 저지른 정권에 대한 항의로 장미 한 송이씩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당시 대통령은 ‘무혈 혁명’에 밀려 하야했다. 이듬해 선거에서 96.3%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된 사카슈빌리는 시장 경제를 받아들이고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섰다. 친미주의자인 그의 개혁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부정부패와 독재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야당과 시민들은 4년 전처럼 거리로 나섰다. 사캬슈빌리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위를 강경 진압했지만, 시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조기 대선과 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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