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가 침체하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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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24면

올 것이 오고야 마는 것인가. 글로벌 증시를 위협하는 악재들이 연초부터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한때 100달러를 넘어서더니, 미국의 고용지표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드디어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아우성이 뉴욕 월가로부터 들려온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어떻게든 경기침체를 막아보려고 금리를 또 내릴 태세다. 하지만 이는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재촉할 따름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어차피 딛고 넘어야 할 경기침체라면 단단히 각오하고 정면 돌파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월가에서 진단하는 미 경기의 침체 확률은 50∼60%대다. 신용평가사인 S&P가 50%로 봤고, 자산운용사인 노던 트러스트는 65%라고 발표했다. 대단히 높은 확률이다. 우리 투자자들도 일단 침체 가능성에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침체로까진 빠지지 않고 연착륙한다면 천만다행일 테지만.

미 경기가 침체하더라도 중국·인도 등 신흥국 경제가 버티면서 충격을 흡수할 것이란 기대는 일단 접어두는 게 좋겠다. 미국 소비의 공백을 신흥국들이 충분히 메우기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침체 때보다 충격이 덜하긴 할 것이다.
월가에서는 대개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경기 침체로 인식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또는 올 1분기와 2분기 중 연속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국의 근래 경기침체 경험을 되돌아보자. 먼저 1981년 7월∼82년 11월까지 1년4개월간 침체를 겪었는데, 당시 다우지수는 약 20% 떨어졌다. 다음은 90년 7월∼91년 3월까지 9개월간의 짧은 침체로 주가는 약 15% 하락했다. 가장 가까운 침체는 2001년 3월∼2002년 말까지 1년10개월간으로 닷컴 버블의 붕괴가 겹치면서 주가가 약 30% 빠졌다. 주가는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서기 3∼5개월 전에 바닥을 치고 앞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당시 한국의 주가는 미국보다 하락 폭이 컸다. 30∼50% 떨어지기가 예사였다. 우리 경제와 기업의 체질이 그만큼 허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번에는 고점 대비 조정 폭이 15∼20%에 머물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이렇게 설정된 코스피지수의 마지노선은 1650∼1700 정도다.

미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들어서 있다면, 이르면 올 가을쯤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경기에 다소 선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는 여름쯤 바닥을 탈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가 움직임은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 활발하기 때문에 올 연말 주가는 연초보다 높게 끝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길게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주식과 펀드를 싼값에 확보할 기회가 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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