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경력 10년 李相奉씨"엄마,과외 다녀오겠습니다"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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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식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라.성적을 놓고 잔소리하지 마라.과외선생의 기분을 살려주어라….』 과외에도 10계명이 있다.10여년에 걸친「지하교육」(과외지도)경험과 가까운 친구들의 솔직한고백을 바탕으로 『엄마,과외 다녀오겠습니다』(심지刊)를 쓴 이상봉(李相奉.29.필명 김해인)씨.
「과외10계명」은 李씨가「지교대」(지하교육계의 대부)란 별명을 얻을만큼 열심히「지하교육계」를 누비면서 나름대로 꽤나 진지하게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과외라면 무조건 불온시하는 사회분위기,그러면서도 자기자식만은「어쩔수 없이」과외공부시키는 2중심리 상태에서「과외망국론」을외치는 것이 벼랑끝에 내몰린 우리의 교육현실을 개선하는데 무슨도움이 됩니까? 과외비 총액이 국방예산의 2배 에 가까운 20조원을 헤아리는 실정에서 과외를 없앨 수 없는 바에야 차라리 양성화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믿습니다.』 그러면서도 李씨는 과외를 장려하는 입장이 결코 아니다.우선 보약과 건강의 관계처럼 과외의 효과라는게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보약을 안먹으면 건강이 나빠질 것같아 큰돈 들여 보약을 먹고,그럴 형편이 못돼 보약을 못먹은 사람은 괜한 불 안감에 시달리듯 대부분의 학부모들도 막연한 불안에 시달린다는 주장이다.가급적 비싼 과외를 시켜야 부모된 도리를 다하는 것처럼 여기는 세태에 대해 李씨는『참으로 근거없는 과외 과대망상』이라고 잘라말한다.
그 자신이 서울대 철학과를 거쳐 철학과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과외를 받아본 적이 없을 뿐더러 장차 자식을 기르게 되더라도 과외는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실 과외를 해서 성적이 제법 올라가는 경우란 정말 드뭅니다.
소문난「족집게 도사」들도 자신의 명성을 고려해 애초에 합격할 만한 학생을 골라 가르치는거지….』 자녀의 성적이 시원찮은 이유를 차분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과외선생을 찾아나서는 부모들에게 李씨는「과외 후유증」내지 그 폐해를 일깨우고 싶어한다.특히 국민학교때는 조금만 밀어줘도(?)쉽사리 성적이 좋아지는데 그 때문에「역시 ■■■↓楓■■■을 넘더라도 구제불능의 자립심 결핍증에 걸리기 십상.과외없이는학점도 못따고 리포트 작성이며 시험치는 일까지 돈으로 해결하는가 하면,대학원 진학을 위해 과외를 받는 진풍경도 심심치않게 벌어진다고 李씨는 털어놓는다.
『제가 학부모라면 국민학교때부터 재미있는 동화나 세계의 고전을 두루 읽으며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겠습니다.물론 부모가 독서생활의 모범을 보여야지요.하지만 자녀에게 온갖 과외공부를 시키는 부모치고 조용히 책읽는 모습은 이제껏 본 적 이 없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과외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않은방법이라고 그는 말한다.예컨대 학급석차가 느닷없이 20등 밖으로 밀려난 중학생의 경우라면 명문대 출신보다 좀더 많은 시간을들여 자상하게 가르칠수 있는 대학생의 개인지도를 받는 것도 괜찮은 방법.성적이 최상위권인 중학생이 특수고를 겨냥한다면 특수고 전문학원에 보내든가,명문대생한테 개인과외를 받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그 러나 어느 경우든 공부해야할 자녀와 상의해서 결정하고「족집게」등 비상식적인 과외는 피하라고 강조한다.그런 방식은대학입시에도 별 도움이 안될 뿐더러 행여 입시에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자녀의 인생을 망칠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
석.박사과정의 대학원생이 저마다 과외지도하느라 책을 읽어오지도 못하는 세태를 보며 어떻게든「지하교육」의 허상과 그 구조적문제점들을 낱낱이 파헤쳐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는 李씨.
올봄 감리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할 그의 다음 과제 는「지상교육」정상화 방안을 책으로 정리해내는 일이라고 했다.
〈金敬姬기자〉 1.보상심리는 절대 금물이다 2.자식에게 솔직해라 3.자식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라 4.자식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5.성적을 놓고 잔소리하지 마라 6.지나친 열의도 금물이다 7.과외비는 꼭 약속한 날 지급하라 8.과외선생의 기분을살려주라 9.과외 내용에 적당한 관심을 보이라 10.장기적으로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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