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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칼럼

창의적 두뇌와 ‘유레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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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재 창의성에 관한 뇌과학 연구는 주로 살아 있는 뇌에서 ‘유레카(Eureka)’ 순간 전후의 뇌신호를 측정함으로써 수행된다. 기원전 3세기 아르키메데스 이후 ‘유레카’는 천재들의 탄성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아하(Aha)’가 많이 쓰이기도 한다. 즉, 통찰로 문제를 해결하고 ‘유레카’나 ‘아하’라고 탄성을 지를 때가 가장 창의적인 순간이라는 것이다. 실험에서는 뒤섞인 단어를 재조합하거나 기기의 새로운 용도를 생각하게 하는 등 일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창의적 활동을 하는 순간 좌·우뇌가 모두 활성화되지만, 특히 우뇌 일부에서 신경활동이 급격히 활발해지는 것이 관측되었다. 이들 영역은 개념의 이해 과정에서 서로 관련성이 적은 개체를 연관 짓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창의적 사고의 핵심 요소다. 유레카 순간의 0.3초 전에 같은 우뇌에서 고주파 뇌파(감마파)가 돌발적으로 나타나는데, 감마파는 복잡한 인지 처리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시각 처리와 관련되는 뇌파는 시각정보가 미약하거나 주의집중도가 떨어지는 경우와 유사하다. 이는 불필요한 정보를 억제해 창의적 사고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우리가 깊은 생각을 위해 잠시 눈을 감는 것과 같은 효과다. 다만 이 경우 우뇌에만 시각정보가 차단된다.

창의적 사고를 잘하는 사람은 휴식을 취하거나 문제를 풀기 위해 준비하는 예비 과정에서도 이러한 우뇌 신호가 활성화된다. 일상생활에서 특이한 행동이나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이 해당되며, 뉴턴·아인슈타인·고흐 등이 이 범주에 드는 것으로 믿어진다. 창의적 순간의 우뇌 활동을 세분화하면, 인지과정을 제어하는 뇌의 앞부분(전두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개념 처리에 관여하는 오른쪽 부분(측두엽)에서 이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디어가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나 개념 정리가 안 되면 정신분열증이 된다.

최근에는 즐겁게 창의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보다 건강하고, 직업을 가진 사람이 실직한 사람보다 창의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창의적 두뇌가 건강과 사회생활 모두에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그러면 창의적 두뇌를 개발할 수 있는가. 다음과 같은 시도가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 시청각 입력을 차단하면 집중에 도움이 된다. 당연히 잡념은 없애야 한다. 둘째,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서로 연관되지 않은 내용들을 인위적으로 연관시켜 보도록 한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알고 있는 문제 중에서 유사한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도 좋다. 그림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식적 개념을 반대로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없는 것은 있다고 생각해 보라.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이 아이디어 중 대부분은 실현 불가능하거나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정신분열증 환자로 취급받기 싫다면, 마지막 단계에서 이 아이디어들을 검증해 추려 내야 한다. 검증을 위한 평가는 상식을 따른다. 문제는 창의적으로 풀더라도 사회생활은 상식을 따르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이수영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