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세대교체론 동조할까 말까 民主 각계파 得失저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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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대교체론이 민주당을 강타하고 있다.
발설자인 이기택(李基澤)대표는 14일 『김대중(金大中)이사장의 당적(黨籍)이탈을 얘기한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그러나 李대표 발언을 통해 이 논의는 물꼬가 터졌다.
민주당내 각 계파는 95년 정국의 가장 큰 뇌관이 李대표에 의해 격발되었다고 보고 있다.전당대회 시기 논쟁과는 또다른 차원의 명제로 받아들이며 李대표 발언의 진의 파악과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이기택 세대교체론에 공개적으로 동조하고 나설 민주당내 인사는그리 많지 않다.이 논의가 김대중亞-太평화재단이사장을 겨냥해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반응이 자제되고 있다.非호남출신 의원들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 문제가 자신들의 장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혹시 호남 표를얻지 못할지 모른다는 점때문에 입조심을 하는 것이다.
중도의 김원기(金元基.정주.정읍)최고위원은 『정치인은 지도력으로 영역을 구축해야지 정치선배에 대한 공격으로 무엇을 얻어보려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대중씨에 도전했던 비주류 김상현(金相賢.서울서대문갑)고문도오히려 金이사장 편으로 돌아섰다.金고문은 『金이사장에게 면담을요청해놓고 그를 물러나라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고 물었다.李대표와 정치성향이 비슷한 개혁 모임의 이부영(李 富榮.서울강동갑)최고위원도 조심하고 있다.그는 『JP 문제와 金이사장문제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구만을 의식하는 평의원급들과 달리 차기를 꿈꾸는 최고위원.중진급 의원들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이들은 오래전부터사석에서 3金구도 청산 논의가 정식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지적해왔다.그럼에도 이들이 李대표가 제기한 논쟁에 정식 동참을 꺼리는 이유는 李대표방식의 문제제기가 성공할 지에 대한 의문과李대표가 이 문제를 성공시킬 경우 과실(果實)을 독점할 것에 대한 우려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현 구도는 李대표의 세대교체론이 정면으로 확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金이사장의 지역적 근거가 JP보다 훨씬 뚜렷한데다 그에게 신세를 지고 원내에 진출한 의원이 압도적이다.이는李대표의 측근의원이라 할 수 있■ 전국구 의원들 도 마찬가지다.전국구중 지구당을 배정받은 사람은 지구당 때문에,그렇지 않으면 전국구의원직 때문에 주춤거린다.투표행태가 DJ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영남권의 원외위원장그룹만이 李대표의 세대교체 주장과 조기 전당대회소집을 동시 지지하고 있 다.
이번 세대교체론이 불발로 끝날 경우 李대표는 독립 선언을 할처지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당내는 모두 DJ의 눈치를 보니 당외 쪽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그는 현재 세대교체론의 파급효과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다음 행보를 할 전망이다.
李대표 진영은 그간 곧바로 독립의 깃발을 들거나 당에 머무르며 동교동측의 대응을 기다리는 두가지 방법을 놓고 저울질해 왔다.세대교체 발언은 李대표가 독립론쪽으로 기울었다는 증거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이 경우 대표직 사퇴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예되리란 전언이다.
즉 대표직을 보유한 상태에서 金이사장에게 최대한의 타격을 가한뒤 전격적 사퇴.탈당의 양대 카드를 동시 구사한다는 것이다.그렇게 해놓고 신민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거나,非정치권 인사를 묶어별도의 제3신당 창당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 李대표측의 시나리오로 알려지고 있다.신민당의 C의원이 양측의 연결고리로 이미활동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동교동계는 당혹감에서 벗어나 현실적 대안을 마련중이다.영남권보다 중부권을 겨냥한 지방선거 전략을 세우고 거물급 영입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 상황은 金이사장의 괌구상과 李대표의 결단에 달려 있는 것 같다.양측을 모두 잘 알며 제주도에 머무른 문희상(文喜相.
의정부)대표비서실장은 14일아침 『아직 (타협의)가능성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양측 모두 큰 구도의 구상을 마쳤다는 징후를 읽을수 있다.민주당은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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