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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규제완화,새로운 각오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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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각종 인.허가등 행정규제완화작업을 원점(原點)에서 전면 재검토,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규제완화는 새정부 들어 이른바「신경제」의 핵심과제로 줄곧 강조되어 왔다.그런데도 정부출범후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또다시 원점 재출 발을 논의해야 하게된 것이다.정부 스스로 지난 2년 가까운 기간 벌여온 규제완화작업이 실효를 못거두고 당초 취지에 크게 미흡하다는 진단을내렸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말까지 완화대상으로 선정된 2천9백여건의 중앙행정기관 규제관련 사무중 2천50여건은 개선조치가 취해졌다.건수(件數)로만 보면 상당한 성과고,이에 따라국민과 기업은 그동안 규제로 인한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크게 덜었어야 한다.그러나 기업이나 국민들의 목소리는 그게 아니다.
큰 덩어리는 그대로고,고쳤다고 하는 것들도 정작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도 공장설립절차나 창업투자지원등 개선조치가 이뤄진 부문도 실제로는 여전히 번거롭고,행정력 낭비의요인이 되는가 하면 고리대금 장사수단으로 악용되는등 취지와는 겉도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렇게 된 이유는 자명(自明)하다.규제의 고삐를 틀어쥔 관료조직의 인식과 관행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행정사무를 서비스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권」(利權)쯤으로 여기고,규제의 정도와 크기를 부처(部處)파워의 척도로 간주하 는 잘못된 관행과 인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규제완화작업은 개선건수가 아무리많아도 결국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로 그칠 수밖에 없다.정부가 규제완화작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뒤늦었지만 올바른 자기진단이란 점에서 새로 운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규제완화의 근본적 발상을 바꿔야한다.개선 건수가 몇개냐,대상 사안의 몇십%냐 하는 식이 아니고,삶의 質을 높이는데 필요한 규제등을 제외하고는 단기적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전면적으로 푸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각오가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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