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대표 사퇴 背水陣 갈수록 강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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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이기택(李基澤)대표가 13일 세대교체론을 주장했다.李대표는 제주도에서 1박을 하고난후 더 강경해진 것 같았다.이날아침 李대표는 일찍 바닷가를 산책했다.그리곤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李대표는 『오늘아침 태양이 동쪽에서 뜨는 것을 보고 우주의 질서를 생각했다』고 말했다.李대표는 『우주의 질서가 파괴됐을때무서운 지구상의 이변이 온다』고까지 했다.
이어진 李대표의 말은 보다 구체성을 띠었다.『인간사회에도 흥망성쇠가 있고 아무리 훌륭한 인재도 때가 되면 2선으로 후퇴해야한다』는 것이었다.李대표는 이같은 진리가 정계(政界)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못박았다.누구를 향해 하는 소리인지 분명했다.
전당대회 시기문제를 놓고 동교동측과 갈등을 빚어온 李대표는 상황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마침내 직접화법으로 나선 것이다.야당대표의 입에서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말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날 李대표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李대표의 말은 두말 할것 없이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李대표의 이번 「제주구상」 윤곽이 드러났다고도 볼수 있다.
이날 李대표는 많은 말을 했다.舊평민당과 「꼬마 민주당」의 통합 당시도 회고했다.李대표는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통합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지자체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지자체선거전 전당대회 개최가 양 보할수 없는사안임을 명백히 했다.
李대표는 12일아침 서울을 떠나기전 측근의원들과 잠시 얘기를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최악의 경우 탈당 시점이 됐을때 동조할 의원들이 얼마나 될까 까지도 논의가 됐다는 후문이다.
그가 서울을 떠나온 뒤에도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 동교동측과 마지막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그동안 협상창구를 맡아온 김정길(金正吉)前최고위원을 통해서다.
하지만 전당대회 시기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는 여전하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金이사장의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한 李대표의 의심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李대표의 세대교체 발언이 이를 증명해준다.그는 민자당에서 김종필(金鍾泌)대표의 퇴진문제가 걸려있듯이 민주당 역시 김대중씨의 진정한 정계퇴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런시각에서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것이다.
만일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 李대표의 대표직 사퇴는 기정사실로봐야할 것 같다.
李대표쪽에선 대표직 사퇴가 파국을 의미한다기보다는 동교동측에대한 최후의 협상용 카드라는 주장도 있다.이번에 동행한 문희상(文喜相.의정부)의원은 사퇴카드가 협상을 가속화시킬수도 있다고말했다.사퇴후 수리과정에서 동교동측이 대안을 찾지 못하면 李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일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의 세대교체론은 김대중씨의 가장 아픈 곳을 정곡으로 찔렀다는 점에서 앞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벌써 동교동계의 의원들은 李대표를 직접 거명해 가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李대표의 제주행은 그런 점에서 최후의 결단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다.제주에 내려온 李대표는 일체의 공식일정을 정해놓고 있지 않다.산책과 가벼운 등산이 전부다.간간이 드러나는 표정과말투에서 李대표가 이미 결심을 굳힌 것을 엿볼수 있다.
동교동측이 李대표의 세대교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응답할지는 전당대회 개최시기를 놓고 벌여온 협상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이제 민주당의 전당대회 논란은 李대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느냐」「아니면 파국이냐」의 양갈래길에 서있다.
[제주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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