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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비리 PD수사 둘러싼 방송가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각 방송사는 수사착수가 알려진 11일과 12일 오전까지 자사 PD의 소환대상 명단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여러 경로를 통해 명단이 알려지자 국장급 간부들은 『캐스팅에서 탈락된 연예인 가족.매니저들의 방송사를 음해하기위한 허위 .과장 투서에 수사당국이 과민대응한 결과』라며 불쾌하다는 반응.반면 소장급 PD들은 『수사대상 PD들이 방송사내에서도「걸린다면 0순위」라는 소리가 떠돌만큼 수뢰소문이 끊이지 않던 사람들』이라며 냉소적인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수사대상 에 오른 PD중 많은 수가 프로그램 제작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일부 PD들은 『내가 수사대상에 올랐느냐』고 반문하며 『수뢰는 물론 수사받은 사실조차 없다』고 극구 부인.
○…KBS는 현재 기획중인 드라마에 캐스팅된 미스코리아 출신여배우가 모대기업 대표와 관계를 가진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소환대상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에『전혀 예상밖의 일』이라고 놀라면서도『사실여부에 관계없이 문제 여배우의 캐 스팅을 취소하겠다』고 신속히 발표.
○…MBC의 국.부국장급 간부들은 『90년 PD수뢰사건 당시에는 MBC관련자가 한명뿐이었으나 이번엔 다섯명이나 관련돼 제작 차질이 우려된다』며 한때 일손을 놓고 모여앉아 줄담배를 피우며 좌불안석하기도 했다.
관련PD 5명 모두 내로라하는 중견간부인 SBS역시『문제 PD들의 혐의 사실이 과대포장된게 아니겠느냐』고 애써 의미축소하면서도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더라도 혐의사실이 일부라도 확인되면어떤 형태로든 징계가 불가피한데 이들이 제작 일 선에서 빠질 경우 예견되는 사태에 미리부터 걱정하는 모습.
○…비리 수사착수 사실에 방송 관계자들은 대부분『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경찰 수사의 의미를 분석하는데는 제각각 다양한 반응들.
일부 간부들은『정부가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방송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과 함께 『PD들의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그러나 소장급 PD들은 『비리와 관련해 소문이 무성한 현업P D들이 적잖은데 명단에서 빠진 것을 보면 수사대상이 중견간부급까지로 축소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PD연합회장 김승수PD는『방송비리가 있다면 구조적으로 발본색원해야지 과거처럼 표피만 건드리는 수사로 일관한다면 또다른「방송통제」의 오해를 벗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연예 매니저들은 그러나 『이번 수사가 과거의 경우처럼 문제의 뿌리를 뽑지도 못한채 겉만 맴돌아 공연히 로비자금 단가만 올려놓는 것이 아니냐』며 경찰 수사에 회의적인 반응들.
○…최근 대작 『까레이스키』와 『모래시계』로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하고 있는 MBC와 SBS는 이번 사건에 대한 공통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입장차이를 보여 눈길.
MBC는『최근 일부 PD들의 케이블TV 이적과「까레이스키」의부진으로 뒤숭숭한 마당에 수뢰사건까지 터져 제작국이「쑥대밭」된형국』이라며 화불단행(禍不單行)의 심경을 토로한 반면 SBS측은『「모래시계」의 선전(善戰)으로 모처럼 분위 기가 고무된 제작국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라면서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애써자위하는 표정.
○…4명의 PD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KBS는 지난해 12월 매니저 1명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건과 관련,사퇴한 모PD가이에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사태가 불거지기전에 한명이라도 부담을 덜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
MBC는 최근 케이블TV로 이적한 모 예능PD와 최근 교체된인기드라마 PD가 수사대상에 오른 점과 관련,『두 PD의 이적.퇴진은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한 일인데도 퇴진 직후 사건이 터져 자칫 방송사가 미리「대피」시킨 것으로 오해 받을까 걱정』이라며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상황임을 애써 강조.
李勳範.李殷朱.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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