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맞수>신도리코.코리아제록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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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일 큰 회사보다 제일 좋은 회사」.
국내 복사기업계의 선두업체로 올해 창업 35주년을 맞는 신도리코가 내세우는 기업모토다.
새해 첫날 낮12시쯤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에는 신정연휴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이 옷을 단정히 차려 입고 나와 구내식당중앙에 자리잡은 우상기(禹相琦)회장에게 세배를 올렸다.이어 푸짐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창업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없이 흑자행진을 계속해온 이 회사의 비결을 엿보게 한다.
「일하기 기분 좋은 회사,질서있는 회사,사람을 중요시하는 회사」. 신도리코에 이어 국내 복사기업체로는 두번째로 74년 설립된 코리아제록스는 이같은 모토아래 자율(自律)을 강조한다.이회사는 5년전부터 매월 한 차례씩 청년중역회의를 소집하고 있다.영업.관리.생산등 각 부서의 과장급이하 15명으로 구성된 이모임은 회사의 경영 점검.부문별 개선사항등을 도출해 이사회에 안건으로 제출하고 있다.
국내 복사기업계의 맞수인 신도리코와 코리아제록스는 「좋은 회사」만들기에도 경쟁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창업 과정=신도리코 연혁은 60년 禹회장이 신도리코의 전신인 신도(新都)교역이란 무역회사를 설립,복사기 수입 판매업을 시작한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신도교역은 62년 일본 리코社와 한국 총대리점 계약을 한데 이어 64년 「RICO PY-555」라는 모델명으로 복사기 조립사업을 시작했다.사업 확장을 위해선 일본의 자본.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온 禹회장은 69년 리코社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회사명을 신도리코로 바꿨다.
또 동화(同和)산업이라는 무역회사를 경영해오던 문병혁(文炳赫)회장은 평소 교분이 있던 일본 후지필름과 접촉을 시도한 끝에74년 후지필름의 출자회사인 후지제록스와 복사기 합작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코리아제록스는 초기에는 후지제록스의 한국지사가 맡고 있던 주한미군및 외국계 기업등에 대한 복사기 임대서비스 사업을 물려받아 사업을 시작했다.이같이 신도리코가 수입.판매업으로부터 사업을 시작한 반면 코리아제록스는 임대서비스업으로부터 사업을 시작한 것이 두 회사의 창업과정에서 볼수 있는 차이점이다.
관련업계는 현재 영업력에선 신도리코가,서비스에서는 코리아제록스가 각각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이같은 창업과정의 차이에서 연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합작선과의 관계=신도리코가 합작선인 리코社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갖는다는 방침아래 단계적으로 지분조정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코리아제록스는 아직 후지제록스와 긴밀한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도리코는 창업당시 리코측과 50대 50이었던 합작지분을 88년 65대 35로 조정한데 이어 계속 자사측 지분을 늘려간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코리아제록스는 후지제록스측이 기술이전및 수출등에 협조적인만큼아직은 관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
◇기술 개발=두 회사 모두 기술개발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쟁을 해오고 있다.
신도리코와 코리아제록스는 지난해 각각 매출액의 5%,7%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고 밝혔다.두 회사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투자한 금액은 매출액 차이를 고려하면 1백억원대로 비슷하지만 신도리코가 인력확보나 축적한 노하우에서 앞선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향후 성장 전략=이들 업체는 일본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중.저급 복사기 기종에 대해 세계적인 공급업체로 부상한다는 계획을 중.단기 전략으로 수립하고 있다.언젠가는 일본업체와동등한 기술력을 보유한다는 게 두 업체의 장기 전략 이다.
車鎭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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