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갈수록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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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채권왕’이라 불리는 핌코의 빌 그로스(사진) 투자책임자는 지난해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우표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냈다.

2000년 구입한 초기 영국 우표들을 경매에 부쳐 91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그로스는 “투자 비용 대비 수익이 네 배에 이른다”며 “채권·주식보다 우표가 훨씬 수익이 높았다”고 말했다.

세계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금융 시장 불안으로 굴릴 곳 없어진 뭉칫돈이 경매시장을 기웃거리면서다. 경매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투자처로 각광받으면서 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2일 아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현대미술 가격 지수(1991년 기준=100)는 지난해 말 210으로 전년 대비 45%나 상승했다. 7284만 달러에 팔린 마크 로스코의 ‘화이트센터’, 7172만 달러에 팔린 앤디 워홀의 ‘그린 카 크래시’ 등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다른 희귀 품목들도 덩달아 몸값이 오르고 있다. 카지노왕으로 불리는 스탠리 호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송로(松露)를 33만 달러에 사들여 종전 최고가를 50% 이상 경신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은 400만 달러를 들여 J K 롤링이 쓴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The Tales of Beedle the Bard)’를 사들였다. 이 원고는 현재 아무도 출판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훗날 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게 아마존닷컴의 예상이다.

이 같은 급등세는 러시아·중국·인도·중동의 고성장도 한몫했다. 경제 성장으로 갑부가 많아지자 이들이 신분 상징의 수단으로 고가의 경매품을 사들이는 것이다. AP통신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부자들이 미술시장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옥션 이학준 전무는 “세계적인 부의 증가로 경매에 대한 저변이 넓어진 상황”이라며 “미술품 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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