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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6자회담 D-2] 6개국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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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25일 열리는 6자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참가국들이 북핵 해법안에 대한 이견을 좁혀 공동합의문을 낼 수 있을 것인지다. 본지는 한국 수석대표.주한 각국 대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미국대사 답변의 경우 지난 6일 회견을 바탕으로 해 대사관 측의 수정본을 받았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중국과 북한의 입장은 그동안의 공식 발언으로 재구성했다.[편집자]


지난해 8월의 베이징 6자회담 첫날 회의가 끝난 뒤 각국 대표들이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中)주재로 환담을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

사전 협의 통해 가시적 성과 기대

①이번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 6자회담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회담은 참가국들이 그동안 공동 발표문 사전 협의 등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이해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②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폐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핵 동결이 핵 폐기를 위한 단기적 과정임을 확인하며, 이에 대한 검증이 전제된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 북한의 전향적이고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③북한의 HEU 프로그램 보유에 관해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다. HEU 특성상 은닉이 용이하고 탐지가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진정으로 핵 폐기 용의를 가지고 있다면 이에 대해 적극 해명해야 한다.

④북한 핵 폐기 진전시 다자틀 내에서 안전 보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공통된 입장이다.

*** 토머스 허버드 美대사

핵 폐기 땐 다자틀 속 北 안전보장

①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 프로그램의 폐기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여기에 초점을 맞추길 희망한다. 우리는 아무런 전제조건을 갖고 있지 않다. 회담 참가국들은 모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는 완전한 핵폐기로 이어져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길 원하고 있다.

②우리는 북한이 얘기하는 핵동결에 대해 들을 것이다. 회담의 초점은 북핵 프로그램의 폐기이며, 이에 대한 북한의 의지다.

③우리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있었다. 북한은 2002년에 이를 인정했지만 최근에 이를 부인했다. 참가국 모두는 파키스탄(정부)과 칸 박사로부터 나온 사실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큰 관심을 알고 있다.

④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폐기 진전 조건에 따라 다자구도 맥락 속에서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 다카노 도시유키 日대사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 폐기를

①핵 문제를 비롯한 제반 현안의 해결을 위해 북한이 책임있고 전향적인 대응을 취하도록 요구할 생각이다.

핵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할 것을 요구해 나갈 것이다.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른 참가국들과 협력해가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②이번 회담에서 모든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생각이며, 핵 문제 해결에 관한 북한 측의 입장을 듣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 이번 회담에서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선 한.미 등 관계국과 긴밀한 논의를 해왔다.

③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이든 간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요구한다는 일본의 대북 정책은 일관돼 있다.

④북한이 주장하는 안전 보장 상의 우려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일정한 보상 조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

*** 북한 공식 반응

일괄타결안이 핵문제 해결 열쇠

북한은 "동시 행동 원칙에 기초한 일괄 타결안의 실현이 핵 문제 해결의 생명(2003년 12월 15일.노동신문)"이라며 6자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 행정부가 핵 문제 해결 의사가 있고 그 첫 조치로 '동결 대 보상'에 합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도 흑연감속로에 의한 핵 활동을 동결할 용의가 있다(2004년 1월 12일.외무성 대변인)"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미국이 검증.확인할 수 없는 유령 같은 농축우라늄 계획설을 끈질기게 내돌리는 것은 곧 열리게 될 6자회담에서 고립을 피하고 회담을 파탄시키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자는 것(2월 10일.외무성 대변인)"이란 얘기다.

또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에 대해서는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주장할 권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안전 담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 왕이 中외교부 부부장

어려움 있어도 회담은 지속 돼야

①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책을 진척시킬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번 회담은) 참가국들이 이견을 좁혀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제공해줬다. 미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2월 20일.왕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②북한은 다른 참여국들의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 중이며 (다른 나라가) 신축성을 보일 경우 (상응한) 신축성을 보일 준비가 돼 있다.

③북한이 6자회담에서 HEU 문제를 다루는 데 동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알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논평하기 어렵다. (2월 19일.장치웨 외교부 대변인) 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 어떤 어려움이 제기되더라도 평화회담이라는 과정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뜻이 확고하다. (2월 14일.왕이 부부장)

④북한이 갖고 있는 '합리적인 관심'에 대해서도 적절한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2월 13일.왕이 부부장)

*** 라미쉬빌리 러시아 대사

北의 핵동결은 非핵화 중간단계

①세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첫째이고, 이를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이 둘째다. 셋째는 최근 역내에서의 긍정적 추세들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남북 간 대화 및 협력, 러시아가 참가하는 대규모 경제 프로그램의 실현, 북-미.북-일 간 관계개선 진전에 대한 지지가 포함된다.

②우리는 북한의 핵동결 제안을 핵문제 해결의 중요 단계로서 판단해왔다. 북한의 핵동결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간 단계다.

③우리는 북한의 HEU 계획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그 계획의 존재를 부인했다는 것뿐이다.

④평양 측의 안전보장 등에 대한 우려들을 절대로 경시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통제될 때 우리가 북한에 다국 간 안전보장 제공을 고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대북 안전보장국의 일원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 회담 쟁점과 전망

고농축 우라늄 보유 북한이 부인 땐 난항

6자회담을 사흘 앞둔 22일. 참가국들은 막바지 협상 준비와 회담 전략 조율로 분주했다. 한.미.일 3국 수석대표는 서울에서 만찬을 겸한 회의를 하고 북한에 제시할 핵문제 해법안을 가다듬었다. 회담 주최국 중국은 발언을 아끼면서 회담장 점검에 나섰고,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파키스탄의 고농축 우라늄(HEU) 핵기술 이전을 부인했다. 장외에선 사실상 회담의 막이 오른 셈이다.

각국 입장에서 드러난 회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북한의 HEU 핵프로그램 보유 문제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이 이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만큼 핵폐기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 등의 정보제공으로 북한의 이 프로그램 보유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근거가 없는 허위선전"이라고 맞서고 있다. 2002년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이 프로그램을 인정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각측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관련 정보가 없다"며 중립적인 자세다. 이 문제를 놓고 한.미.일 3국과 북한이 평행선을 달리면 회담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둘째는 북한의 '핵동결 대 보상'주장에 대한 참가국의 수용 여부다. 한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핵동결이 전면 핵폐기를 전제로 사찰을 통해 검증이 이뤄진다면 상응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응조치는 대북 에너지 지원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미.일 양국도 이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한다. 특히 중.러는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런 만큼 회담의 관건은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인정하고, 핵폐기를 전제로 핵활동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힐지 여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담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핵의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을 위해선 북한이나 미국이 획기적인 양보를 해야 하는데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이 (김정일)정권 교체의 목표를 포기하고 (북한과)공존할 채비를 갖추기 전에 북한이 HEU 문제를 언급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영환.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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