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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IReport] 고성장·일자리, 아일랜드서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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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포함, 대부분의 후보가 고성장과 많은 일자리를 공약했다. 현재의 저성장과 고실업을 생각할 때 어찌 보면 달성하기 힘든 목표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사례는 우리가 하기 나름에 따라서는 충분히 겨냥해 봄직한 시도임을 시사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면적이 한반도의 3분의 1, 인구는 남한의 9% 정도인 작은 나라다. 아일랜드는 1970년대의 1, 2차 유가파동 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업률이 17.5%까지 증가하는 등 ‘유럽의 병자’로 치부되던 나라였다. 실효성 없는 경기부양책으로 정부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5.8%, 정부부채는 79년 GDP 대비 125%까지 증가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까지 요청하게 되었다. 규제와 노사분규는 극심했다.

87년에 취임한 호이 총리는 정부지출과 조직을 과감하게 줄이는 한편, 소득세 등 대부분의 세율을 엄청나게 인하했다. 50%이던 법인세율을 16%로 인하한 뒤 2003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12.5%까지 인하했다. 정부 밖에서도 개혁은 이루어졌다. 87년 야당 당수 앨런 듀크스와 전국노조연합이 공동으로 제안하여 체결된 ‘사회연대협약’이 그 예다. 사회연대협약은 주요 경제 이슈를 놓고 3년마다 체결돼 87년부터 현재까지 7차에 이르렀는데, 생산적 노사관계 정착을 통해 경제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아일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규제가 약하기로 영국에 이어 2위,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기로 미국·영국·뉴질랜드·캐나다에 이어 5위다. 또 경제자유가 높기로 2005년 141개국 중 9위여서 미국(5위), 영국(5위), 캐나다(5위)만큼 시장경제가 활성화된 나라다.

개혁의 성공으로 아일랜드의 위상은 크게 향상했다. 90년 이후 연평균 6%가 넘는 고성장률을 기록했고, 최근 10년간에는 7%가 넘는다. 1인당 국민소득은 90년에 1만 달러, 98년에 2만 달러, 2003년에 3만 달러, 2005년에 4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그 덕에 70년에 세계 49위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4만4052달러로 세계 6위로 뛰어 올랐다.

아일랜드 모델이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아일랜드 모델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고성장 달성이다. 아일랜드는 고성장의 결과 87년 17.5%였던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6년에는 뉴질랜드 다음으로 낮은 4.4%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이 15년 만에 네 배로 늘어났다.

반면 한국은 노무현 정부 들어와 연평균 성장률이 세계 평균 4.9%에도 못 미치는 4.25%를 기록해, 1인당 국민소득이 95년에 1만 달러 시대를 연 이후 아직까지도 1만 달러대를 맴돌고 있다. 저성장의 결과 한국은 경제규모 G11에서 2006년 브라질·러시아·인도에 밀려 G13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참고로, 아르헨티나는 70년 이후 13번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연평균 성장률이 71~2006년 동안 2.2%에 지나지 않는다. 70년에 1101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에 겨우 5340달러로 36년 동안 1000달러대만 맴돌았다.

둘째,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하게 해야 한다. 80년대까지 거친 노사관계에 발목이 잡혀 있던 아일랜드는 이제 노동시장 유연성이 OECD 국가 중 다섯째로 높아졌다. 기업의 80%에 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다. 사회연대협약 체결이 바탕이 돼 이룩된 아일랜드의 고용유연성을 배워야 한다.

셋째,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외국인 투자를 과감하게 유치해야 한다. 고소득 국가로서는 선례가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지속되는 아일랜드의 고성장에는 지속적인 고급기술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일랜드는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고 철폐해 OECD 국가 중 영국 다음으로 규제가 약한 나라로 바뀌었다. 규제개혁과 사회연대협약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에 의해 90~2006년 동안 2117억 달러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가 들어왔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에서 규제가 오히려 강화돼, 외국인 투자 유입은 별로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투자가 늘어 왔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AT커니가 2007년 12월 11일에 발표한 ‘2007 외국인 투자 매력도’에서 한국은 47개국 중 24위를 기록했고, 2003년 18위에서 4년 연속 하락해 왔다. 참고로, 중국은 덩샤오핑 집권 후 ‘개혁개방의 전도사’로 불리는 룽이런 등이 해외교포사회에 대한 설득을 통해 화교자본을 과감히 유치했다. 그 결과 개혁개방 초기 중국 외국인 투자의 대부분이 화교자본이었고, 지금도 그 3분의 1이 화교자본이다. 중국은 90~2006년 동안 미국·영국에 이어 셋째로 많은 6863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도 규제를 완화·철폐하면 178개국 700만 명의 교포 가운데 성공한 사람은 조국에 투자하고 싶어 할 것이다.

넷째, ‘작은 정부’를 이룩해야 한다.

아일랜드도 80년대에는 정부 규모가 OECD 국가 중 다섯째로 컸다. 그러나 부단한 공공개혁으로 2006년 정부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34.0%로 OECD 국가 중 가장 작아졌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정부 스웨덴도 93년 정부 규모가 72.4%였는데 2006년에는 55.5%로 축소했다. OECD 정부 규모 평균치도 93년 가장 높은 42.9%에서 2006년 40.4%로 감소했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 규모가 93~2006년 동안 8.3% 포인트 증가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난 정부, 이것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말하는 이유의 하나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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