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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겨자씨 크기 '전자칩'이 알려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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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대형 할인점에서 쇼핑할 때 계산대 앞에 줄서서 차례를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물건을 카트에 실은 채 검색대를 통과하면 곧바로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넣어둔 식료품이 유통기한이 지났는지도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유통기한이 지났으면 자동적으로 주부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각종 제품에 겨자씨만한 크기의 전자태그(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다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이처럼 제품마다 전자태그를 달아놓고 필요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U-센서 네트워크'(USN.Ubiquitous Sensor Network)가 2007년께부터 구축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초고속인터넷.휴대전화 등의 분야에서 이뤄진 정보화가 식료품은 물론 축산물.폐기물.환경관리, 물류.유통 등 실생활과 연관된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된다.

정보통신부는 USN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1백3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통부 조규조 주파수과장은 "관련 기술개발을 꾸준히 유도해 2007년까지 시장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라며 "2010년 세계 1위의 USN 국가로 부상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되나=USN은 모든 제품에 전자태그를 달아 이를 통해 그 물건이 무엇인지와 주변 온도.습도.오염정보 등을 탐지한 뒤 이를 네트워크에 연결,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의 적용 범위는 방대하다. 예컨대 이를 자동차에 적용하면 타이어의 압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타이어에 붙여진 전자태그가 타이어의 이상을 찾아내 운전자에게 네트워크를 통해 알려준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하고, 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조리시간이 자동 입력돼 적당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축산 농가에서는 소에 전자태그를 붙여놓고 건강 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조규조 과장은 "이 기술은 유통과 물류분야, 동식물 관리, 홈네트워크, 교통관리, 공해감시, 병원환자 관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선=미국은 MIT를 중심으로 북미지역코드관리기구(UCC).국방부.기업들이 1998년 '오토아이디(Auto-ID) 센터'를 설립해 전자태그와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해 왔다.

기업들도 개별적으로 USN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월마트의 경우 전자태그 시스템 구축에 30억달러를 투자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영국 히스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애틀, 일본 나리타 공항 등 대형 공항들은 수화물 처리에 전자태그 시스템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이미 2001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일본은 모든 물건에 초소형 칩을 심고 네트워크를 구성해 통신이 가능한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유비쿼터스 ID센터'를 지난해 설립했다.

◆우리나라는=정부는 USN이라는 차세대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차원의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우선 올해에만 연구.개발 70억원, 시범사업 50억원 등 1백38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시범 서비스는 오는 10월께 실시된다.

2010년까지는 연구.개발 8백20억원, 시범사업 6백30억원 등 모두 1천6백26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정통부는 다음달 중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범 정부 차원의 USN추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선진국보다 다소 늦었지만 최대한 개발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아직 난제는 쌓여 있다. 당장 이 기술을 상용화하자면 전자태그가 감지한 정보를 컴퓨터 등으로 보내줄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지만 아직 어떤 주파수를 쓸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자태그에 집중된 정보가 유출될 경우도 우려된다. 관련 장비의 국산화는 더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외국기술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국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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