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反이슬람 확산-脫냉전시대 안보불안 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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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럽에 反이슬람주의의 파고(波高)가 높아지고 있다.
과격파 회교게릴라들의 여객기 피랍사건에 대한 프랑스정부의 강경진압을 놓고 유럽 각국은 「反테러리즘」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프랑스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회교원리주의와 동일시되는 이슬람주의 에 대한 공통된 반감이다.
반이슬람주의의 기운은 특히 脫냉전 이후 고조되고 있다.냉전 종식에 따라 전후(戰後) 반세기 동안 유럽「공동의 적」이었던 공산주의가 소멸되면서,유럽인들은 지중해 남쪽과 동쪽에서 올라오는 이슬람주의를 탈냉전 시대에 유럽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지중해를 건너기만 하면 이슬람주의는 유럽전역에 퍼져 있는 5백만명의 회교계 이민에게로 옮겨 붙어 유럽의 안전과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이슬람주의는 유럽의 안보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유럽군단의 헬무트 빌만 사령관은 최근 스페인의 엘 파이스紙와 가진 회견에서『유럽안보에 대한「위협의 축(軸)」이 남쪽으로 이동하고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중동과 북아프리 카의 과격파 회교세력에 대한 경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전략개념을 검토하면서, 지중해 남쪽 회교권의 핵확산 위험과 회교국가들의 대량살상무기 보유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나토가 신속배치군,예방적 공 격,하이테크 공군력,미사일 방공(防空)체계 등 새로운 방위개념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유럽의 반이슬람주의는 특히 지난 20년새 부쩍 강화돼 왔다.
70년대초의 석유파동과 80년대 이란과 레바논에서 잇따라 터진서방인질 억류사건,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핵개발 계획,알제리와 이집트 등에서 계속되고 있는 회교원리 주의자들에 의한 외국인 피살사건의 누적은 유럽 각국이 이슬람주의를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하는 배경이 됐다.
美역사학자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문명충돌론」도 이슬람권과의 협력보다는 대결을 부추기는 데 크게 일조했다.탈냉전 시대에는 이념이나 경제보다는 문화가 지역갈등의 원인이 된다며 서방은 이슬람과 유교문명의 위험에 군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고 하는 그의 주장은,미국내 보수적 학자들의 시각을 대변하면서 서방 군사전문가들의 방위독트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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