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각부처 실상-통상산업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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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느 부처나 마찬가지겠지만 통상산업부의 조직개편과 인사 역시치열한 협상의 연속이었다.
당초 총무처가 발표한 조직개편 원칙에 따르면 상공자원부는 모두 28개 과를 줄여야 했다.그러나 상공자원부가 총무처에 제시한 원안(原案)에는 9개과만 줄이는 것으로 돼있었다.나중에 안되면 할 수 없지만 가능한한 버텨보자는 심산이었다 .
김철수(金喆壽)前장관은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면담해 「소폭축소」를 직접 읍소했고 이것이 꽤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단 15개를 줄이는 것으로 낙착됐다.상공자원부는『선방했다』는 자평(自評)속에서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재무부가 『상공자원부만 배려해 주느냐』고 걸고 넘어지면서 하루아침에 감축대상 과가 17개로 늘어나게 된 것.통상산업부는 지금도 『그때 선방했다는 인상만 안줬어도 2개 과는 건질 수 있었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課간의 통폐합과 업무분장도 깊은 생각없이 후다닥 해치운 면이많다. 예를 들어 산업정책국의 경우 평소 업무량이 비교적 적은산업환경과는 환경문제와 관련해 이름이 좋다는 이유로 살아남은 반면 노사문제.영상산업육성등 굵직한 일을 맡고 있던 산업진흥과는 「요즘도 정부가 산업을 진흥시키느냐」는 명분때문에 없어졌다.대신 노사문제는 엉뚱하게 산업입지업무를 담당하는 산업배치과로넘어갔다.
기초공업국에서는 課 수를 무리하게 줄이다 보니 수송기계과와 조선과가 합쳐져 자동차조선과로 타과에 비해 월등히 비대해졌다.
조직개편에 논리가 서지 않았으니 인사도 같은 꼴이었다.
상공자원부는 인사의 대원칙을 「없어지는 조직 위주로 자리를 옮긴다」고 정했다.그러다보니 당하는 사람만 계속 당하는 꼴이 돼 불만을 크게 사고 말았다.
인사직후 국장실로 노크도 없이 뛰어들어와 『이럴 수가 있느냐』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과장이 있는가 하면 복도에서 『잘 해먹어라』고 고함치는 과장도 눈에 띄었다.
그런가 하면 평소 보직이 마음에 안들어 교수로 변신하려 했던某중간간부의 경우 다른 자리로 발령받자 어렵사리 뚫어놓은 지방대학 조교수자리를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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