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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해외 플랜트 공사 따낸 ‘대한민국 대표선수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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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해 우리나라 중공업계는 매일 1억 달러(약 9500억원)어치의 해외 플랜트를 수주했다. 이에 따른 올 수주액 예상치는 365억 달러. 4년 전만 해도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주액이 무려 여섯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대부분의 발주처는 중동 국가들이다. 윤영석 한국플랜트산업협회장은 “중동 국가들이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달러를 산업화에 투자하는 기회를 한국 기업들이 잘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최전방에 중동의 모래바람을 뚫고 뛰어다닌 해외영업 전사들이 있었다. 플랜트 업계에서는 윤석원(50) 두산중공업 발전해외영업담당 상무, 허선행(51) GS건설 해외플랜트영업 총괄전무, 강신열(50) 삼성엔지니어링 사우디법인 영업총괄 상무 등 세 명을 ‘대한민국 플랜트 수주 대표선수’로 꼽았다.

◆자고 나면 최대 규모 수주=두산중공업의 윤 상무는 올해 초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다. 쿠웨이트와 오만·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제집 드나들듯 하다가 너무 잦은 항공 여행으로 고막에 탈이 난 것이다. 이렇게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 끝에 그는 3월과 5월 UAE 두바이의 ‘제벨 알리’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두 건(총 16억4000만 달러)을 연이어 따냈다. 하반기에도 수주 행진은 이어져 7월 카타르에서 복합화력발전소를 5억 달러에 수주했다. 두산중공업의 발전설비 기술력은 인도에도 소문이 퍼져 5월 세계 최대 화력발전소로 기록된 인도 문드라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12억2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올해 이 회사는 중동과 인도 특수에 힘입어 연간 수주액으로는 가장 많은 7조원을 수주했다. 그는 “과거엔 발전시설 중 일부를 수주했지만 이젠 발전소 건설을 설계부터 시공, 시운전까지 모두 맡는다”며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지금은 여기저기서 견적서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GS건설의 두바이 지사에 근무 중인 허 전무는 올 한 해 33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단일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이집트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20억 달러에 따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우디 법인에서 일하는 강 상무는 사우디에서만 44억 달러에 달하는 9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차도르를 벗긴 고객 감동=허 전무는 올 8월 20억 달러짜리 이집트 공사를 수주한 뒤 축하연에 나온 발주처 사람에게서 “당신에게 감동했다”는 말을 들었다. 협상 도중 수차례나 요구 조건을 바꿨지만 그때마다 군소리 없이 한국 본사와 연락해 24시간 내 보완했다는 것이다. 허 전무는 “협상 상대가 유럽이었다면 24시간은커녕 일주일 이상 걸렸을 것이란 말도 하더라”며 웃었다.

강 상무도 한국 플랜트 업체의 사업관리를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그가 일하는 사우디의 석유화학단지인 주베일공단은 사우디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사가 진행되는 곳. 유럽의 네 개 업체와 함께 공단 내 화학공장을 나눠 맡았는데 삼성만 유일하게 공기에 맞춰 일을 진척시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올 5월 사우디 마덴에 계획된 세계 최대 규모의 암모니아 플랜트도 수주할 수 있었다. 삼성은 입찰에 들어갈 계획이 없었지만 발주처인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사빅이 입찰 한 달 전 갑자기 삼성에 입찰을 적극 권유했던 것이다. 강 상무는 “사우디 고객 부부를 가끔 저녁에 초대하는데 이젠 부인들이 차도르를 벗고 함께 식사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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