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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서뛴다>축구대표팀 버스기사 이윤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지난 89년6월 용인~서울간 국도.
90이탈리아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예선 직전 용인 대우연수원에서 합숙훈련을 마친뒤 월드컵대표팀 버스가 국도를 따라 서울로 올라가고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미끄러운 2차선 국도를 조심스레 운전하던 운전사 이윤우(李潤雨.50)씨는 맞은편에서 정차한 시외버스뒤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임신부를 피하려 핸들을 급하게 틀었다.
그러나 미처 핸들을 고쳐잡을 틈도 없이 곤하게 잠에 떨어진 선수들을 태운 버스는 국도옆 논두렁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李씨는 순간 대표선수들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역대 최강의 멤버 최순호(崔淳浩).이태호(李泰昊).
정해원(丁海遠)…』『16강진출의 꿈이 실현되기 직전 사고발생…』등등. 『어떻게 됐을까….』 정신을 가다듬고 뒤를 돌아보니 선수들은 어느새 창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다행히 다친 선수는 없었다.
『후유』한숨을 내쉬는 순간 어깨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지난 88년11월부터 축구대표팀 버스를 운전해 온 李씨는 지금도 그 순간만 떠올리면 정신이 아찔해진다고 한다.지난 67년운전병으로 복무하면서 운전을 시작한지 20여년만에 낸 첫 사고였다. 李씨는 1년의 半은 대표선수들과 함께 지낸다.
국가대표.올림픽대표.청소년대표등 모든 대표선수들이 李씨를 거쳐갔다. 대표선수들을 싣고 마산.창원.강릉등 전국각지를 돌아다니며 운동장에서는 「볼보이」역할을 자처하는등 궂은 일은 도맡아했다.덕분에 대표팀 돌아가는 일이라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소식통(?)이다.
그러나 李씨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선수들은 역시 월드컵대표팀. 또 가장 많이 접촉하는 사람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다.버스좌석도 운전석 바로 옆에 배치돼 있고 식사때도 같은 자리에 앉기 때문.
李씨가 접한 이회택(李會澤)90이탈리아월드컵대표팀 감독과 김호(金浩)94미국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성격이 1백80도 달랐다.
李감독은 훈련과 미팅시간이 아니면 축구얘기보다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하며 선수들과 친숙했던 반면 金감독은 식사할때도 축구얘기만 해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했다는 것.
李씨 눈에 비친 두 감독의 성격은 지도스타일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열렬한 축구팬이기도 한 이윤우씨는 축구가 이전의 인기를 회복, 팬들의 환호속에 플레이를 펼치는 날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한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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