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수상 뒤엔 잡음 … 국악계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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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수상자 스승의 평가가 심사에 반영돼 불공정했다.” “스승이 심사위원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다.”

이달 중순 발표한 ‘2007 KBS 국악대상’ 결과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의 잡가·민요를 복원하는 단체인 사단법인 서울소리보존회가 민요부문 수상자인 강효주(29)씨의 스승 이춘희(60·인간문화재)씨가 심사위원에 포함됐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강씨는 이씨에게 12잡가를 2001년 이수한 후 직계 수제자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소리보존회는 “1982년부터 시작돼 국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꼽히는 국악대상이 절차적 문제를 외면한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악대상을 담당한 KBS 이상용 PD는 “이씨가 수상자 선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매우 적었다”고 반박했다. 이 PD는 최종 득표수 결과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종 후보 5명 중 9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과반수의 표를 받은 강씨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과정은 공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스승이 한 명으로 정해져있지 않은 국악계의 특성상 특정인의 스승을 걸러내고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서양음악 콩쿠르의 경우 제자가 출전한 심사위원의 표는 기권 등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대해 KBS측은 “서양음악과는 달리 여러 스승을 두는 국악계의 특수성이 있고 국악대상은 콩쿠르와 다르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직접 투표보다는 협의가 중요했다”고 해명했다.

올해 국악계 시상식은 유난히 잡음이 많았다. 1월 문화부가 후원하는 ‘제30회 전국 시조·가사·가곡 경창대회’에서는 특정 참가자의 점수를 조작한 것이 발각돼 3등 수상자를 1등으로 바로잡아 발표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대통령상이 걸린 큰 대회였다. 또 전국국악경연대회의 판소리 부문 심사에서 돈을 챙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명창 조상현(68)씨는 올해 8월 인간문화재 자격을 박탈당했다.

구설수에 오른 강효주씨는 경기 민요의 대중화를 위해 뛰어온 차세대 국악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KBS측의 주장처럼, 스승이 심사위원에 들어있지 않았더라도 수상이 유력했을 인물이다. 그렇다면 실력있는 음악인이 좀 더 당당히 상을 받을 수 있게 할 수는 없었을까. 허술한 절차와 그릇된 욕심이 촉망받는 신예의 기를 꺾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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