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Ⅱ 등급 조정 '도미노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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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능 물리Ⅱ 11번 문항을 복수 정답 처리하면서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물리Ⅱ가 아닌 다른 과학탐구 교과를 응시한 수험생들이 "일부 수험생만 정시 원서접수 기간을 연장해 주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다른 과목 선택자들 피해=25일 평가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수능 물리Ⅱ를 선택한 수험생 1016명만 등급을 상향 조정키로 한 평가원 조치에 항의하는 글이 쏟아졌다. 특히 과학탐구 응시자 중 물리Ⅱ가 아닌 다른 과목을 택한 수험생의 반발이 거셌다. 박한조씨는 "과탐의 다른 과목 선택자에 비해 물리Ⅱ 수험생만 1, 2등급 %가 일방적으로 많아지게 됐다"며 "다른 수험생이 뭘 잘못했기에 일방적으로 부당한 조치를 당해야 하느냐"며 물리Ⅱ 등급을 다시 낼 것을 요구했다. 수험생 이병근씨는 "평가원장이 사직하면 끝나는 것이냐"며 "평가원에 대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겠다"고 항의했다. 물리Ⅱ를 치른 수험생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박윤임씨는 "일부 수험생만 등급을 올려주면 각 등급에 경쟁자가 늘어난다"며 "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정시모집에서도 정원 외로"=물리Ⅱ 등급이 올라간 수험생만 정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을 28일까지 연장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이미 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물리Ⅱ 등급 조정을 받은 수험생은 공개된 경쟁률을 알고 지원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대는 이미 경쟁률이 공개돼 있다. 25, 26일 접수를 마감하는 일부 대학이 물리Ⅱ 등급이 올라간 수험생의 접수가 끝날 때까지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수험생들은 28일까지 모든 수험생의 접수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평가원 홈페이지에 "정시는 경쟁률 싸움인데 물리Ⅱ 선택자들은 이미 다 차려준 밥상 앞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형평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1등급으로 조정된 학생들이 52명으로 그리 많지 않고, 수시전형 추가합격으로 걸러질 것이므로 입시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리Ⅱ 등급이 조정된 수험생은 정시에서 정원 외로 합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24일 각 대학에 수시모집에서 물리Ⅱ 등급 조정으로 추가합격된 수험생은 인원 수에 관계없이 정원 외로 합격시키는 것을 허용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정시모집에서도 같은 방법을 검토해 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새로 받은 성적표에 따라 사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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