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본사 해체 실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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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1일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15분 만에 도착한 제주시 오등동의 다음 글로벌미디어센터(GMC). 다음(多音)을 상징하는 관악기 모양의 건물이 이채롭다. 건물 입구에 설치된 대형 액정화면(LCD)에선 다음의 동영상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 서비스 ‘TV팟’이 방영되고 있다. GMC가 개발한 이 서비스는 현재 포털의 동영상 UCC 서비스 중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서비스뿐만 아니라 뉴스 서비스 1위인 ‘미디어다음’이나 토론장 서비스 1위인 ‘아고라’ 등 다음이 최근 선보인 새로운 서비스들은 모두 GMC에서 개발한 것이다.

다음의 GMC 프로젝트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다음이 4년 전 처음 제주로 갔을 때 16명이던 근무자는 지난해 GMC가 완공되면서 180명으로 늘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만끽하려는 지원자가 급증한 결과다. 주말엔 바비큐 파티를 하고 골프 레슨을 받는 등 서울에선 상상할 수 없는 근무 환경이 직원 만족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종현 제주프로젝트팀장은 “혼자 쓰는 개인방, 대여섯 명 팀 단위의 개발실 등 다양한 형태의 사무실을 제공해 직원들이 집중력을 높이면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GMC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 3월 제주에 ㈜다음서비스라는 자회사까지 만들어 200명을 추가 고용했다. 한라대·제주대와 산학 협력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지에서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요즘 ‘제2 제주 프로젝트’를 한창 추진 중이다. 제주시 아라동 일대에 조성 중인 첨단 과학기술단지에 12만5620㎡(3만8000평)를 분양받아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김종현 팀장은 “기존 GMC 및 ㈜다음서비스 인력을 한데 모으고 늘어나는 제주 근무 희망자를 수용하기 위해 분양을 받았다”며 “우선 2009년까지 서울에서 새로 내려갈 200명이 근무할 사무실부터 완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서울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준비 중이다. 동영상·디자인·마케팅 분야 인력 200여 명은 내년 초 서울 양재동 본사를 떠나 홍익대 부근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홍익대가 정문에 세운 건물(홍문관) 3개 층의 임대 계약을 마쳤다. 또 디자인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도 맺었다. 문효은 다음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젊음과 유행을 상징하는 홍익대 근처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내린 결정”이라며 “인터넷 기업은 제조업처럼 한곳에 모든 직원이 모여 있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런 실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실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대면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뿔뿔이 흩어져 소속감이 결여된다’는 등의 지적이다. 하지만 제주 GMC의 성공에 이 같은 우려는 사그라지고 있다는 게 다음 측의 설명이다. 석종훈 다음 대표는 “제주 프로젝트와 홍대 앞 센터 개설은 창의적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산학협력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직원들은 눈앞에 있어야 제대로 일한다’는 생각만 바꾸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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