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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 기자의 웰컴 투 풋 볼 <31> “K리그 올라갈 희망도 없는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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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주말, 올해 출범한 K3 리그에서 우승한 서울 유나이티드(서유)의 송년 모임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오스트리아에서 지도자 연수 중 잠깐 귀국한 ‘날쌘돌이’ 서정원이었다. 절친한 친구인 임근재 서유 감독도 만나고 선수들도 격려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야기 중 필리프 트루시에 전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화제에 올랐다. 그는 지난주 일본 실업축구리그(JFL) 17위 팀인 FC 류큐의 총감독으로 부임했다. 트루시에가 누구인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끌어올린 명장이다. 나이지리아·남아공 대표팀을 맡기도 했고, 한국 대표팀 감독이 바뀔 때마다 유력 후보로 천거된 인물이다. 그가 J리그도 아니고 J2도 아닌, 3부 리그 바닥을 헤매는 무명 팀을 맡은 것이다.

트루시에는 20일 기자회견에서 “FC 류큐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팀이다. 2013년까지 1부 리그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올해 오범석(포항)이 임대로 뛰었던 요코하마 FC도 JFL과 J2를 거쳐 J리그에 올라온 팀이다.

다시 서유 얘기로 돌아왔다. 원호인 단장이 “정원이가 연수 마치면 서유 감독으로 와야지”라고 한마디 던졌다. 서정원은 씩 웃기만 했다. 현재 서유는 대신고 감독인 임 감독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겸임을 하고 있지만 내후년부터는 겸임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서정원은 지금도 K-리그 각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지도자 후보다. 좋은 조건과 탄탄한 미래가 열려 있다.

서정원에게 “진짜 K3 감독을 할 생각이 있느냐”고 우문(愚問)을 던졌다.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일본처럼 3부 리그에서 시작해 1부로 올라갈 수 있다면 해보겠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는 “프로에서 일찍 선수 생활을 접은 후배에게 ‘내셔널리그에서 뛰면 어떠냐’고 물어보면 ‘K-리그로 올라갈 희망도 없는데…’라고 합니다. 승강제가 없는 현실이 선수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어요”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국민은행에 이어 올해 내셔널리그 우승팀 울산 현대미포조선도 K-리그 승격을 거부했다. 내셔널리그는 이제 K-리그와 K3 사이에 끼여 한국 축구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정영재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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