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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재계는 ‘초대형 M&A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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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 기업 투자를 위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영토 확장에 적극 나설 태세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대어급’ 매물이어서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경쟁 기업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공공 금융기관과 채권단 등 매각 주체들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매각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여기에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 이름까지 오르내리자 대부분의 그룹이 재계 판도를 바꿀 M&A에 관심을 쏟고 있다.

 ◆매머드급 매물 누가 가져갈까=현재 M&A 시장에는 대한통운·현대건설·대우조선해양·하이닉스·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굵직굵직한 매물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정관리 중인 대한통운은 이달 중순 법원이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금호아시아나·한진·CJ·STX·GS·현대중공업 등 10여 곳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1조1700억원을 올린 국내 1위 물류기업인 데다 역세권 주변에 알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누가 새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향후 재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법원은 2조3000억원(주당 9만7300원)이라는 최저 매각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내년 1월 16일까지 인수제안서를 내면 법원은 1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명박 당선자의 국책은행 민영화 의지와 맞물려 산업은행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형 매물의 행방도 관심을 끈다.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대우조선해양(31.26%), 하이닉스반도체(7.1%), 현대건설(14.69%), 현대종합상사(22.53%), SK네트웍스(2.09%), 대한통운(7.14%) 등 100여 곳이 넘는다.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이들 기업의 매각 작업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매물 가운데 특히 현대건설은 덩치도 덩치지만 이 당선자가 몸담았던 곳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이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두산그룹 등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GS그룹 등이 인수 희망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도 오르내리고 있다.

 ◆영역 넓히려는 주요 그룹=최근 이스라엘 비메모리 반도체업체인 ‘트랜스칩’을 인수한 삼성이 M&A 시장에 어느 정도 나설지가 재계의 관심.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설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비자금 특검을 앞두고 있어 당장 가시적인 행보를 보이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LG그룹은 전자·LCD·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사정이 좋아지면서 M&A 시장에 적극 나설 여력을 갖췄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설이 다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LG 측은 “예전에 하던 업종이라 관심이 없진 않지만 결국 가격이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하나로텔레콤과 오브제(의류업체) 등을 인수한 SK그룹도 언제든지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 포스코도 최근 이구택 회장이 “필요하다면 국내외에서 M&A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마트 인수전 등 굵직한 M&A에 번번이 실패했던 GS그룹도 내년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GS는 대우조선해양·대한통운·현대오일뱅크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자금이 부족할 경우 기존 사업을 매각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

이현상·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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