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직후부터 문제 오류 지적했지만 성적통보 14일이나 지나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4일 과학탐구 물리Ⅱ 과목의 11번 문항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다. 지난달 15일 수능 시험을 치른 지 39일 만이다.

이 문항은 수능 직후부터 수험생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문제에서 이상기체를 단원자와 다원자로 구분하지 않았으므로 ②번도 정답일 수 있다고 복수 정답 가능성을 제기했다. 평가원은 그러나 이를 묵살했다.

지난달 28일 평가원 이의심사 실무위원회는 "제7차 물리Ⅱ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벗어난다"며 "문제의 정답은 ④번 하나"라고 결론을 내리고 성적표를 7일 수험생들에게 통보했다.

오답 논란이 본격화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가량 지난 22일부터다. 한국물리학회(회장 김정구 서울대 교수)가 공개적으로 11번 문제의 오류를 지적했다.

평가원의 답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수험생 이종화(서울 중동고3)군이 학계의 판단을 요청하는 e-메일을 한국물리학회에 보낸 것이다. 물리학회는 22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상기체에 대한 이해 수준에 따라 수능 물리Ⅱ의 11번 문항은 복수 정답이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평가원도 같은 날 오후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문항은 이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때까지도 교육인적자원부는 아무런 조치나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었다. 이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더 많이 공부한 학생이 손해 보는 시험이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한국물리학회 김정구 회장도 "평가원의 발표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교육계 안팎의 항의에 부딪힌 평가원은 24일 오후 뒤늦게 입장을 바꿔 "물리Ⅱ 11번 문제는 ②번과 ④번 모두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입시제도 혼란 방지책을 발표한 것은 평가원의 번복이 있은 지 1시간30여 분 뒤다. "이번 수능은 흠 잡을 데 없는 출제였다"고 자평했던 정강정 평가원장은 이날 오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