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末 자금시장 경색 각종 실세금리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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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말 자금시장이 매서운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다.
금융기관이 금리.기간.금액을 묻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돈을 끌어당기는 이른바 「3不問 작전」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에는 돈줄이 바짝 말라 거래가 아예 막혔고 금리만 치솟고 있다. 〈그림 참조〉 물론 가계나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대출은 묶인지 오래다.돈은 많이 풀렸다는데,그리고 기업의 돈사정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데 금융기관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해져 은행의 지급준비금 부족액이 20일에는 3조3천억원까지 늘어났다.
급기야는 조흥.동화.중소기업등 3개 은행이 자금부족에 시달리다 못해 지준마감을 이틀 앞둔 이날 오후 늦게 자진해서 한은으로부터 벌칙성 지원자금()9천7백억원을 미리 지원받았다.은행들이 자금을 미리 지원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 다.이와 관련,김원태(金元泰)한은 자금부장은 『은행이 고금리로 급전을 조달하는 것을 막고 시장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이들의 요청에 따라 자금을 먼저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긴급처방이 내려진데다 앞으로도 연말까지 재정자금이 추가로 풀릴 예정이라 금융기관의 돈사정은 지준마감을 넘기고 나면한시름 덜겠지만 이미 크게 올라버린 금리는 좀체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가계.중소기업의 돈구하기는 여전히 여 려운 상태로 남는등 후유증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기관간에 주고받는 하루짜리 콜자금 금리는지난주 중반 연13%대에서 20일에는 한때 법정최고금리인 25%까지 폭등했으나 돈을 내놓는 곳이 없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않았다. 이에 따라 은행이 궁여지책으로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무더기로 발행하는 바람에 CD 유통수익률(91일짜리)은 지난주 중반 연14%대에서 20일 16.2%까지 치솟았다.다만 회사채의 경우 재무부가 각 기관에 강한 매수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유통수익률이 20일 현재 연14.25%로 보합세를 유지하고있는 상태다.
이처럼 실세금리가 오르자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싼 금리인 은행당좌대출을 일으켜 콜시장에 공급하거나 CD를 사들이고 있어 은행의 자금사정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당좌대출금리는 연12.
5~13.5% 수준이며 최고로 높아봐야 15%이 기 때문에 기업들은 시중금리가 이런 상황이라면 상당한 금리차익을 누릴 수 있다.이에 따라 지난 15일이후 19일까지 각 은행에서 당좌대출로 빠져나간 돈은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요컨대 은행에서 끌어온 돈을 은행에 꿔주 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금리만 높이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간신용 급증→은행 지준부족→무차별적 자금 조달→당좌대출 급증→금리급등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요즘 자금시장의 모습은 지난 8월초 「지준파동」때와 너무나 흡사하다고 시장관계자들은 평하고있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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