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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방사선 치료 엄청 똑똑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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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첨단 방사선 치료기는 주변 정상조직을 보전하면서 암세포만을 공략하므로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사진은 토모테라피 치료를 받는 암환자.

‘암, 너 이젠 끝이야!’ 최근 경희대의료원이 암치료를 위한 첨단 방사선치료 장비인 ‘토모테라피’를 도입, 가동하면서 내건 대형 현수막의 내용이다. 방사선요법은, 암덩어리를 잘라내는 절제술, 항암제를 사용하는 항암요법과 함께 암과의 전쟁에서 사용되는 3대 무기 중 하나. 하지만 효과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차선의 방법 또는 보조치료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첨단 방사선 장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암 정복을 위한 절대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방사선, 암환자의 희망될까=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는 원리는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너지의 세기를 높이면 조직이 손상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 암에 쓰이는 방사선은 1메가 전자볼트(100만KeV) 이상의 고에너지. 이를 암덩어리에 쪼이면 DNA의 나선형 구조가 깨지면서 괴사된다.

 방사선치료기가 국내 암환자에게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1970년대 초다. 강력한 4∼6메가 KeV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선형가속기가 등장하고부터. 문제는 2∼4방향으로 고선량의 방사선을 쪼이다 보니 암 주변 정상조직의 손상이 불가피했다는 것. 따라서 방사선치료기의 개발 목표는 암 덩어리에 얼마나 정확하게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쪼이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80년대 초 소개된 3차원 영상을 이용한 입체조형치료기, 90년대 초 등장한 방사선세기조절장치는 모두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를 극대화하려는 방사선치료기의 발전사를 보여준다.

 

토모테라피 치료 전(上)과 치료 후(下). 위 사진의 암덩어리(화살표)가 소실된 것이 보인다.

◆암, 쫓아가며 때린다=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사선치료의 만족도는 ‘2% 부족’했다. 아무리 치료 전 정확하게 설계해 치료계획을 세워도 작동 중에 암덩어리의 위치가 바뀌는 데는 속수무책이었던 것. 환자의 호흡, 심장박동, 위장관 운동 등 미묘한 생리적인 현상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2000년대를 전후해 도입된 영상유도장치와의 접목은 이러한 방사선치료의 한계를 극복했다. 대표적인 장비가 사이버나이프와 토모테라피.

 이 장비들의 특징은 암덩어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며 방사선을 쪼인다는 것이다. 사이버나이프의 경우 암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감지하는 로봇팔이 각도를 조절해가며 방사선을 조사한다. 토모테라피는 로봇팔 대신 방사선 조사장치가 360도 돌며 암을 공략한다. 암의 모양과 위치를 감지해 조사장치에 있는 5만 개의 구멍이 열고, 닫히면서 암세포를 전방위로 공격한다.

 방사선을 쪼개 개별 X선 세기는 줄이고, 조사 방향을 대폭 늘려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도 특징이다. 방사선이 지나가는 조직의 피해는 줄어들지만 암덩어리에는 더욱 강한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어떤 이점이 있나=영상유도기술의 가장 큰 이점은 환자가 매우 편해졌다는 것. 고에너지가 집중 조사될 경우 나타나는 정상조직의 손상이 없어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서 현업을 유지할 수 있다. 방사선 피폭에 의한 구토·오심·피부 홍반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다.

 3기 이상 또는 말기 암에도 적절히 활용된다. 암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소실돼 통증이 사라지고, 생명 연장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토모테라피의 경우 종양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도 동시에 치료하는 이점이 있다. 종래엔 암이 여러 곳에 퍼져 있거나 넓게 자리 잡은 경우 여러 번에 나눠 치료했지만 토모테라피는 한번 치료로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수술·항암요법과 함께 활용할 경우 장기를 최대한 보존하고,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암을 근절하기 위해 주변 정상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하지 않고, 암조직만 도려낸 뒤 주변에 남아 있는 암세포는 방사선으로 파괴한다는 원리. 또 먼저 방사선치료로 암조직을 축소한 뒤 수술함으로써 수술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경희의료원 방사선종양학과 홍성언 교수, 건양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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