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헬기 北 越境사건 北美관계미묘한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7일 오전 11시쯤 발생한 미군 OH-58 정찰헬기 군사분계선 월경(越境)사건으로 북한 핵협상 타결 이후의 北-美관계에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美국방당국은 일단 비행실수임을 인정한뒤 군사정전위를 통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조종사 송환을 요구하고 있으나북한측이 선뜻 응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관계기사 4面〉 북한측은 즉각『불법침입』이라고 규정한뒤『조종사를 상대로 경위를 조사중』이라고 밝혀 경우에 따라선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평양방송과 중앙방송은 이날 오후1시5분쯤 긴급보도를 통해『미군헬기가 북한영공을 침범,고사포병들이 격추하고 해당기관이 격추된 헬기의 조종사들을 상대로 영공침입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조종사 생존을 확인했다.
그러나 우리측 軍고위정보 관계자는『헬기가 갑자기 향로봉 너머로 넘어간뒤부터 관측하지 못했으나 총성은 들리지 않아 격추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혀 북한측의 격추 주장에 의구심을표시했다.
켄 베이컨 美국방부대변인도 북한측의 헬기 격추주장에 대해『즉각적인 확인은 되지않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비상착륙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鄭善九기자〉 헬기에 탑승했던 미군은 정조종사 홀 준위와 부조종사 하일먼 준위등 2명으로 춘천지역 美 8군부대에서 이륙한뒤 원통지역 비무장지대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한국 국방관계자는『헬기가 비행중이던 강원도 원통지역 비무장지대(DMZ)일대에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지형파악이 어려워 조종사가 비행착오를 일으켜 월경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 헬기는 당시 군사분계선에서 향로봉고지 서북방으로 10㎞떨어진 북한영내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로 월경했음이 우리측에의해관측됐다.
한편 한미연합사는 게리 럭 사령관과 장성(張城)부사령관등 연합사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했으며 국방부 군고위관계자는『군사정전위를 통해 조종사들의 생환을 북한측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OH-58 헬기는 최첨단통신장비를 갖추고 지형정찰을 주임무로 하는 2~3인용으로 최대속도가 시속 2백7㎞이며 2만피트 상공까지 비행할 수 있고 길이 81피트에 2백50파운드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