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프라하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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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35명 규모의 교향악단이 지휘자 없이 연주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지난 13일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프라하 체임버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43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무(無)지휘 관현악단이라는데 관심이 모아졌다.그러나 드보르자크 『현을 위한 세레나데』의 1악장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의문은 여지없이 사라졌다.악장이 머리와 왼손을 흔들기도 했지만,지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단원들은 악보는 물론 옆사람의 몸짓이나 전체적인음악의 흐름을 빼놓지 않고 따라잡았다.이들이 보여준 앙상블에는정말이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모차르트의 『주피터』교향곡은 원래 체임버 오케스트라 규모로 연주되었고,당시는 지휘자가 따로 없었다.청중 규모와 관현악 편성이 커지면서 지휘자가 필요하게 되었고,단원들의 자발성보다 지휘자의 일방적 해석이 강요되기 일쑤였다.
프라하 체임버의 장점은 그동안 지휘자에게 빼앗겼던 자발성과 유기적인 앙상블을 되찾았다는 데에 있다.그만큼 피나는 노력과 연습이 있었음은 물론이다.이날 연주는 칼로 자른 듯한 정확함보다 투박하지만 인간적이며 풍부함과 깊은 여운을 남 겨주었다.
곡이 끝나면 일단 일제히 퇴장했다가 박수 답례를 위해 함께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에서 단원들도 무지휘 관현악단의 일원이라는사실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았다.지휘자만 커튼콜을 거듭하는 통상적인 오케스트라 연주회와는 대조적이었다 .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연주한 손은정은 다부지고 꼼꼼한편이었지만,폭넓은 표현과 깊이있는 음색이 아쉬웠다.실내관현악단과의 협연이라서인지 전체적인 음량이나 파워도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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