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서구화 장암늘고 위암줄어-93 사망통계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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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위(胃)를 생각할 것인가,장(腸)을 생각할 것인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93년도 한국인의 사망원인조사(中央日報13일자 25面 보도)에 따르면 으뜸사인(死因)은 역시 암으로우리나라 사람 5명중 1명은 암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부위별 암사망률의 변화추세로 한때 위암왕국이란 오명을 쓸 만큼 기승을 부리던 위암사망률이 85년을 고비로 감소추세를 보이는 반면 대장암.직장암등 장암사망률은 지난 10년동안세배나 증가해 남녀 모두 네번째로 많은 암으로 부 상했다는 것. 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에서 장암이 위암보다훨씬 많은 암발생패턴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암사망구조도 점차선진국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장암증가와 위암감소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육류섭취증가와 채소섭취감소라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관련이 깊으며 이들 두 암은 발생률이 서로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채소속에 많은 섬유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파인애플을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린 것은 파인애플속의 거친 섬유소가 위벽을 할퀴기 때문.
김치.나물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섬유소는 소화가 잘되는 육류와 달리 위장내에선 전혀 소화되지 않고 위벽의 자극요인이 되므로 과잉섭취는 오히려 위장건강에 해가 된다는 것.
그러나 대장내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육류가 장내에 오래 머물러 식품속에 잠재된 각종 발암물질과 장벽의 접촉시간을 늘리는 반면 섬유소는 장운동을 촉진시켜 변배출을 원활케하므로 장암발생률을 현저히 줄인다는 것이다.
결국 위와 장을 모두 배려하려면 육류와 채소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다만 위암이 장암에 비해 조기발견이 쉽고 수술후 인공항문을 달 필요도 없으며 생존율도 높음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예상되는 장암증가시대엔 가급적 육류보다 채소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洪慧杰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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