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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결산골프>3.냉대받는 용품산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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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골프와 마찬가지로 골프용품도 대표적 성장 산업이다.생산과 소비가 매년 엄청나게 커지는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골프산업은 정부의 지원부족과 골퍼들의 냉대속에 부품을 헐값에 수출하고 완성품을 비싼 값에 수입(밀수포함)하는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비중이 큰 골프채는 상당한 궤도에 올라있는 제작 기술에도 불구하고 국산브랜드의 경우 물밀듯 밀려오는 외국 브랜드에 대항하지 못한채 뒷자리로 밀려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골프 산업은 생산액 기준으로 연 30%이상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골프채의 금년 시장규모를 약 1천5백억원에 달하는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가방.장갑등의 용품도 4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입 규모를 보면 올 9월까지 수출이 3천3백만달러,수입이1천 7백만달러로 장부상 1천6백만달러어치의 흑자를 보였다.
그러나 골프숍에 가보면 이런 수치나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금방 드러난다.
국내 고유 브랜드의 골프채를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한 매장은 거의 없다.국내의 대표적 골프용품 제조업체들의 매장에서마저 자체브랜드는 외국브랜드에 밀려 구석자리를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할형편이다.
결국 국내업체들이 만드는 제품은 대부분 외국 브랜드의 부품으로 품만 많이 들어간채 헐값으로 외국에 넘어간 셈이다.
그렇다고 수입업자들이 즐거웠던 것만도 아니다.올해 국내에서도공전의 히트를 친 캘러웨이 골프채를 수입하는 워싱턴골프社의 L씨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골프채 10개중 6개는 밀수등 비정상유통 경로의 제품이며 2개는 모조품이고 2개만 우리가 판 것』이라고 말한다.
통관만 피하면 원가가 정상 유통제품의 3분의1에 지나지 않는외국 골프채가 밀수등 불법 유통경로를 통해 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파행적인 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이 볼 수 있는 이익도 별반 없어 결국 골프용품을 중심으로한 생산과 거래에서 정상적인역할을 하는 주체들은 손해만 보게 됐고 골프 산업의 발전에 암적 요소가 됐다.
다만 내년부터 골프채의 특별소비세가 60%에서 25%로 대폭인하돼 탈세로 인한 마진폭이 줄어들게 됐다는 것은 시장 질서 안정에 바람직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골프산업이 한단계 질적 도약을 이루려면 무조건 외제브랜드가 좋다는 골퍼들의 인식이 불식돼야 하는 것은 물론 골프용품업체들도 고유브랜드의 개발및 홍보에 신경써야 할 것 같다.
〈王熙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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