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관료도 단체장 후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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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쪽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여파를 다른 쪽에서 받아들여 이를 에너지로 삼아 더 나은 개인과 사회를 창출하기 위한 적극적 기회로 만들어 내는 것만큼 지혜로운 일은 없다.이번 경제부처 조직개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9백여 인력의 미래 진로는 이런뜻에서 결코 적지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그들의 경험적 능력의 일부를 내년부터 자치화로 새출발하는 지방정부의 창조적 역할로 전환시키는 것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큰 기회다.
세계의 선진국들은 그 활동의 중심축과 중심 전략을 정치에서 경제로 이미 이동시켰다.세계화란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제적 사고화(思考化)를 말한다.역설적이지만 세계화의 동시현상은 지방화란사실도 이미 널리 인식되어 있다.새로이 출발하는 자치화된 지방정부는 사회간접자본 건설,환경보존,인력 양성과 고용 창출등 경제 활동에 행정의 중심축을 둘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경제화.지방화.세계화란 말은 각각 다르나 실은 하나다.이번에물러나는 경제전문 관리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고,다른 사람은 대거 지방정부의 고급관리로 진출하고,또 더러는 사기업이나 연구직으로 옮겨가 게 될 수 있다면 이번 변화는 실의(失意)를 득의(得意)로 연결시키는 크고도 상서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경제관리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각 정당과 유권자.기업체들의 이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조성된다면 나라의 선진화를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일찍이 관료지상주의를 지녀온 우리나라에서는 인재가 관청,특히 중앙관서에 집중돼 있어 왔다.이들 인재가 사기업이나 지방정부로 이동하는 것은 새로운 사회.경제 발전의 모멘텀이 된다고 저명한경제학자 허시만도 주장 한 바 있다.
옛날에는 지방관리가 능력과 덕망이 높아 중앙정부의 높은 자리로 뽑히는 일을「선거(選擧)」라 불렀다.농경시대의 선거가 지방으로부터 중앙으로의 진출이라면 정보화시대의 선거는 정부로부터 사기업으로,중앙 관직으로부터 지방 관직으로,간섭으 로부터 자치화로 옮기는 것을 의미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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