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살 전쟁' ① 비만치료제 안전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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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량 줄이면 근육도 빠져
체중 감량땐 운동량 늘려야

‘살과의 전쟁’이 치열하다. 황제 다이어트, 왕비 다이어트···. 그럴싸한 이름의 다이어트법이 연일 쏟아지지만 성공하기가 쉽진 않다. 약물이나 수술요법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 비만·체형교정 전문의 장두열 원장이 최근 주목받는 비만치료법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국내에 비만클리닉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 약물과 주사로 빠른 효과를 본다고 소문 나면서 2000년 들어 우후죽순처럼 수많은 비만클리닉이 생겼다. 그만큼 치료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비만치료제는 크게 중추작용제와 말초작용제로 나뉜다. 중추작용제는 뇌에 있는 식욕억제 호르몬 기능을 조절해 포만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음식물의 섭취를 줄여준다. 말초작용제는 주로 지방흡수를 억제해준다.
과거 미국을 중심으로 사용됐던 비만약물 중에는 중독증상이나 심장에서의 판막부전증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59년 미국 FDA에서 승인 받은 것을 비롯해 현재 사용되는 약물은 원칙을 지킨다면 큰 문제없이 처방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97년에 승인 받은 시부트라민(sibutramine) 제재나 올리스타트(orlistat)와 같은 약물은 장기적으로 복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약물 남용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처방과 처방가능 시기에 대해서는 의사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비만은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비만환자가 날로 늘어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약물치료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지나치게 많은 용량을 처방하는 것이다. 현재 일부 병원에서 이뤄지는 과처방으로 인해 약물내성이 생긴 환자는 약물 용량을 더욱 늘리는 악순환을 거치게 된다.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약물만으로 체중을 조절하면 우리 몸에서는 지방과 함께 근육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약물만으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량이 감소해 인체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빠지기 이전보다 더 살이 찌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 결과 요요현상이 급격하게 오고, 요요현상으로 찐 살은 더 빠지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비만치료 약물 중 의존성이 낮은 약물을 최소한으로 복용하면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체중 감량 시 운동량을 늘려 근육의 감소를 막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약물을 복용하는 기간에는 폭식하지 말고 덜 먹어야 한다.
약물복용을 중단했을 때에도 이러한 습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치료제는 식욕억제 효과가 높을수록 습관성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조건 식욕억제가 잘된다고 우수한 약물은 아니다.
적절한 약물을 선정해 적당량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의 처방이 중요하다. 아울러 약물 의존도를 줄이고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갖는 환자의 노력도 병행돼야 요요현상 없는 건강한 비만치료가 가능하다.


장 두 열 원장
체인지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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