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연예인과 兵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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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화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할리우드의 말뜻은 「성스러운 숲」,곧 성림(聖林)이다.말뜻이 그렇듯 할리우드는 세계영화의 역사를 찬란하게 빛내는데 앞장서 왔고,수많은 불후(不朽)의 스타들을 배출해 왔다.그러나 할리우드만큼 추악한 스캔 들이 판치는 곳도 그리 흔치 않다.「섹스와 돈으로 얼룩진 성림」(93년9월1일자 『뉴스위크』커버 스토리)이 할리우드의 또다른 진면목인 것이다.섹스.마약(痲藥).폭력등 사회를 악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행위는 어느 곳에나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지만 유독 할리우드에서 벌어지는 비행(非行)들이 그때그때 물의를 빚는 것은 그주인공들이「스타」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어느 사회에서나 대중예술의 스타는 인간과 신(神)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존재로 받아들여져 왔다.어떤 면에서는신화속의 영웅이나 올림포스의 신들과 유사해 숭배,곧 일종의 신앙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그래서 대중예술에 있 어서의 스타현상은 「미학적인 동시에 마술적(魔術的)이며 또한 종교적인 것」이라고 말한 비평가도 있다.
그러나 스타는 대중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며,스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들의 독특하고도 뛰어난 재능에 국한될뿐 그 재능뒤에 숨겨진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진면목까지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그들의 재능이 한계를 드러낼때,혹은 대중의 기호를 더 이상 만족시켜주지 못할때 소위「인기」가 급속도로 하락해 스타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지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자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마술적이며 종교적인 것」이라 철석같이 믿는 스타들은 이따금 자신이 인간사회의 밖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속에 빠진다.그럴수록 자신의 어떤 행동도용납되고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마약을 상용해도,폭력을 휘둘러도,병역을 기피해도「나는 보통사람이 아니니까」문제될 것이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병역기피 혐의를 받고 있는 몇몇 연예인들도 최정상급 스타들이란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입대하지 못할 정도의 사유라면당연히 연예활동을 중단했어야 했기 때문이다.고위층이나 부유층 자제들의「특권의식」과는 또 다른「영웅의식」이라면 이들이야말로 대중으로부터 격리시켜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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