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탈취 2주 전 현장 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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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탈취 사건 현장검증이 17일 강화군 초지리 초소 인근에서 진행됐다. 피의자 조영국씨가 해병 병사 2명을 승용차로 들이받은 뒤 총기를 뺏는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화도 해병 총기 탈취 사건의 피의자인 조영국(35)씨는 '우울증 환자에 의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는 달리 범행 2주 전 사전답사까지 하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경 합동수사본부는 17일 수사 결과 조씨가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조씨는 "10년간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다시 만나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내가 이렇게까지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애인에게 심리적 고통을 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수사본부는 조씨가 범행 2주 전부터 강화도 해병초소 주변을 돌며 병사들의 근무 현황을 파악했으며 범행 당일인 지난 6일에는 오후 5시부터 범행 현장에 코란도 승용차를 세워놓고 40분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조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도 11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평소 낚시와 코란도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강화도를 자주 찾아 이 지역 지리에 익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가 시간에 쫓긴 '졸속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황산도초소 인근에서 현장검증을 했다.

조씨는 현장검증에서 수사관들에게 몸짓을 섞어 가며 쓰러진 병사들의 자세와 위치 등을 태연하게 설명했다. 조씨는 또 쓰러진 박 상병과 이 병장을 마구 찌르는 장면을 재연했다.

군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현장검증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한 다음 이르면 21일께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강화=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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