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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작은 정부'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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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이 작은 정부로 간다. 내년 3월까지 조직을 슬림화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무턱대고 몸집만 줄이는 게 아니다. 국가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한 부문은 오히려 조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에너지 부서 신설이 좋은 예다. 21세기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개혁을 통한 행정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구 줄이고 직능은 다양화=10월 공산당 17차 당대회(17大) 직후 중국 국무원은 비대한 행정조직 개편에 들어갔다. 책임자는 후진타오(胡錦燾) 국가주석의 최측근이며 차기 부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사진)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국가발전개혁위 쿵징위안(孔涇源) 경제체제종합개혁국장은 최근 홍콩의 문회보(文匯報) 등 언론에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 기구는 대폭 줄이되 직능은 늘리고, 직원은 정예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8개 부(部)와 150여 개에 달하는 각종 독립 행정부처에 대한 통폐합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예컨대 교통부와 철도부, 항공.도로.해운.우편 관련 부서는 교통부로 모두 통폐합할 예정이다. 또 농업부와 식량.임업 관련 부서는 농업부로, 건설과 국토자원부 및 각종 개발 관련 부서는 국토건설부로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핵심 부서를 키워 효율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취지다.

신설되는 부서도 있다. 국무원은 내년 3월까지 새로운 에너지법(能源法)을 제정한 뒤 에너지부를 신설한다. 전력과 석유.수력.석탄 등 에너지 관련 모든 산업과 국가 에너지 수급을 총괄한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에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고급 간부 양성소인 중앙당교(中央黨校) 연구실 저우톈융(周天勇) 부주임은 "외교부와 국방부.안전부.공안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서는 업무가 중복되는 경우 모두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개편 방안은 내년 3월 전인대(全人大.국회 격) 개최 이전에 마무리한 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효율성과 책임 소재 불분명이 원인=현재 중국 국무원은 28개 부에 산하 18개 각종 청(聽)급 부서, 각 부서 산하 10개 독립 국(局), 각 사무기구 4개, 업무협의기구 100개 등 모두 150개가 넘는 부서 및 기구로 구성돼 있다. 부 숫자로만 봐도 미국의 13개, 일본의 12개, 독일의 15개, 영국의 18개보다 훨씬 많다.

부서가 많다 보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비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석유와 전력 등 에너지 업무는 국가발전개혁위와 국가자산위 산하 3개 부서, 국가전력체제개혁영도팀이 중복 담당하고 있다. 또 식품안전 업무는 위생부와 함께 농업부.공상총국(工商總局).질검총국(質檢總局).식품약품감관총국 등이 맡고 있고, 문화 업무는 문화부는 물론 당 선전부 등 6개 부처가 맡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정책 시행 과정에서 평균 10여 개의 서로 다른 공문이 관련 업체나 하급 기관으로 내려간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축소 움직임이 옳기는 하지만 통폐합이 된 대형 부서의 권력이 비대해져 부패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경고한다.

◆리커창(李克强)=올 10월에 열린 17차 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 당서기와 함께 중국 최고 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 위원으로 승진한 차세대 지도자. 후진타오(胡錦燾) 국가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으로 후 주석의 강력한 후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당 서열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계열인 시 위원(6위)에 이어 7위다. 베이징(北京)대 법학과 출신으로 허난(河南)성과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를 지냈다. 조용하면서도 깔끔하게 일 처리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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