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 대통령 왜 한국오나-폴란드개발에 한국참여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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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0년대 공산주의 동구권 몰락의 거대한 파도를 휘몰고온 폴란드 자유노조운동 지도자 레흐 바웬사가 대통령 자격으로 9일 한국을 공식방문했다.폴란드 최고지도자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웬사 방한의 주목적은 경제다.
물론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는 과거 민주화투쟁을 한 경력과 이를 통해 집권에 이르렀다는 점,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 개혁을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갖고 있다.양국은 더구나 잦은외침으로 시달려온데다 2차대전 종료와 동시에 해방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수차례의 투옥과 파업 주도,83년 노벨상 수상 등의 경력이 말해주듯 화려한 정치역정을 갖고있지만 90년12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제2의 일본」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실패로 돌아가면서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려있다.경제상황을 호전시키지 못하면 내년 대선(大選)이 위태롭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것도 폴란드의 경제개발에 한국정부와 기업의 적극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폴란드는 국영기업의 민영화작업과 3국으로의 합작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93년도 한국과의 교역량은 2억8천6백만달러로 한국의 중.동유럽 교역량의 40%를 차지했다.삼성전자는 올해 폴란드 오폴레지역의 통신망 현대화사업에 참여했다.우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5천만달러를 포함한 7천8백만달러의 공사 였다.현대.
대우전자는 현지에서 합작투자로 생산한 TV를 서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번 바웬사를 수행한 정부관계자가 삼성전자와 통신망 사업의 확장문제를 협의하고 바웬사는 대우자동차공장을 방문한다.폴란드는화학산업이 세계수준임을 자랑하면서 석유.조선.자동차부분의 투자나 합작을 희망하고 있다.이들은 제3국 건설시장 의 공동진출도우리측에 타진하고 있다.폴란드는 노동력과 노 하우를,한국은 자본과 경영을 맡자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나 중.동유럽,러시아등 독립국가연합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폴란드가 길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수행자 명단에는 조선.철강 식품.전기 등 각분야의 정부및 민간기업인 14명이 들어있다.
한국은 96년말,폴란드는 95년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과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있어 국제무대에서의 상호 협력도 다짐했다.
정상회담의 주 의제도 경제였다.정치민주화투쟁을 통해 집권한 두 대통령이 국내정치 나 국제관계에서 이미 경제문제가 정치적 이념보다 우선한다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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