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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드러낸 도심 가스폭발사고-예방만이 최선 또다시 입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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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가공할 인명.재산피해를 낸 7일 오후 서울마포구아현1동 가스폭발화재는 또다시 재난에는 예방만이 최선책이라는 교훈을 남긴 채 우리나라 방재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심 한복판에 마치 폭탄이 떨어져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자욱한 전쟁터를 방불케한 이날 화재는 차라리 불가항력이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진압이 원초적으로 어려운 대형참사였다.
이날 화재는 지하 5m아래 설치된 아현동 공급기지내부 가스관에서 발화돼 불기둥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1백여m쯤 치솟으며 불길이 연쇄적으로 인근 주택에 번졌다.
소방서와 119구조대가 최초 2분만에 도착한뒤 인근 소방서에서 차례로 화재현장에 도착했지만 공중에서 폭격을 당한듯한 아현동 공급기지일대의 불길이 잡히는데는 무려 62분이나 걸렸다.
이날 화재가 대형으로 발전한 것은 사고현장주변에 차단밸브장치가 없어 아현동에서 10㎞가량 떨어진 군자.합정 가스공급소에서가스를 차단하는 바람에 차단이후 20분가량 가스관내부에 차있던잔류가스가 계속 탔기 때문이다.
도시가스(LNG)는 공기(1 기준)보다 비중이 높은(1.55)액화석유가스(LPG)가 땅바닥에 체류하는 성질과 달리 비중이훨씬 낮은(0.66)성질때문에 유출할때 가스관에서 계속 공중으로 올라가면서 마치 토치램프에 가스를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소방서는 이날 평소 대형화재 방재훈련계획에 따라 헬기 3대를동원하고 동.서쪽으로부터 다른 소방서장비가 출동,소방대원 4백91명,펌프차 24대,탱크차 27대,구급차 14대,특수화학차 7대등 1백7대가 출동해 화재진압에 공조했지만 뿜어나오는 가스분출압력을 차단하지는 못했다.
가스화재의 경우 발화지점에 물을 집중적으로 뿌리거나 분말.포말을 일시에 다량 분사해 주변의 공기를 없애 불을 끄는 방법이사용되지만 발화지점의 가스분출압력이 너무 거세 발화지점 진화에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소방본부는 이같은 대형가스사고 발생에 대비해 매년 두차례에 걸쳐 가스충전소 65곳에서 소방차량을 동원해 현지훈련을 벌이고있지만 가스공급기지에 대한 연습은 전무해 아현동 공급기지 화재는 완전 무방비상태였던 것이다.
현재 소방본부가 서울시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수 화재진압장비는 내폭화학차(1대).고성능화학차(1대).중화학차(19대).경화학차(1대).무인방수탑차(2대)등 모두 24대이지만 그나마 동원된 장비는 화학차 7대뿐이었다.
마포소방서 洪욱조(33)소방대원은『현장에는 2분만에 출동했지만 가스폭발로 인해 이미 발화지점일대가 폐허가 된데다 가스차단이 늦어져 땅속에서 계속 거센 불길이 치솟는 바람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金東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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