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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휴일 긴급회의 … 검찰 수사팀은 당혹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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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성진 법무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16일 밤 긴급 간부회의를 마치고 경기도 과천 법무부 장관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16일 오후 7시 정부 과천청사 내의 법무부 청사에 검사장급 간부들이 굳은 표정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성진 법무부 장관에게 BBK 재수사에 대한 지휘권 발동 검토를 지시하자 긴급 회의를 위해 호출된 것이었다.

회의는 오후 7시30분부터 2층 정 장관 집무실 옆 회의실에서 시작됐다. 참석자는 법무부 장.차관과 문성우 검찰국장, 한상대 법무실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이었다. 회의는 비공개로 오후 10시까지 계속됐다. 중간에 저녁식사용 도시락이 회의실 안으로 배달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시간의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다. 홍만표 법부무 홍보관리관은 "격론이 벌어졌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각자 밤새워 고민을 더 해보고 내일 다시 모여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지휘권을 발동한다 ▶지휘권 발동을 하지 않는다 ▶내일(17일 오후 2시) 국회에서의 BBK 특검법 표결을 지켜본 뒤 발동 여부를 결정한다 중 하나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참석자 중 대부분은 지휘권 발동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휘권 발동은 검찰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회의가 끝난 뒤 한나라당에서 BBK 특검법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당론이 정해졌다는 소식이 법무부에 전해졌다. 정 장관에게 지휘권 발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상당히 덜어준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법무부 간부는 "특검법이 통과될 것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사실상 지휘권 발동의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반응을 자제했다. 임채진 검찰총장과 권재진 대검 차장은 이날 청사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검 내부는 술렁였다.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재수사는 검찰에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검 고위 간부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면 검찰총장이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며, 그렇게 되면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한 김종빈 전 검찰총장처럼 임 총장이 사임해야 할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BBK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노 대통령의 지시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김홍일 3차장검사와 최재경 특별수사팀장(특수1부장)은 이날 브리핑 도중 기자들을 통해 이 소식을 처음 들었다.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에 대해 "수사의 단서로 삼기 어렵다"며 재수사 불가 입장을 확고하게 밝히고 있던 상황이었다. 최 부장검사는 "(그런 소식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며 "우선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재수사를 해도 수사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사지휘권 발동=검찰청법 제8조(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권한이다. 2005년 10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 며 이를 발동한 바 있다.

이상언.정효식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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